(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당서기가 작년 가을 대규모 촌민 시위로 중국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킨 우칸(烏坎)촌을 처음 방문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후 서기가 지난 6∼7일 취임 5년 만에 처음으로 우칸촌을 방문했다고 중국 매체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후 서기는 우칸촌을 방문한 당 간부 중 최고위층이다.
보도에 따르면 후 서기는 작년부터 우칸촌이 당 기층 조직 건설을 강화하고 토지 분쟁을 법에 따라 해결하는 데 진척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후 서기는 당이 우칸촌 관리를 위해 신설한 우칸촌 당위원회와 촌관리위원회가 능력이 뛰어난 간부로 구성돼야 한다며 기층 관리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 서기가 우칸촌 촌민들이 작년 가을 마을 토지 반환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것과 관련해 정당성을 강조하고 촌민 통제 강화를 지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구 1만3천 명의 작은 어촌마을인 우칸촌 촌민들은 2011년 시위를 통해 마을 토지를 개발업자에게 헐값에 몰래 넘긴 비리 관리들을 내쫓고 주민자치를 얻어냈지만, 마을 토지 반환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작년 6월부터 9월까지 토지 반환과 마을 지도자 린쭈롄(林祖戀·70) 전 촌위원회 주임의 석방을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당국은 당시 최루탄과 고무총 등으로 무장한 경찰력 1천여 명을 배치해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70여 명을 체포했으며 수일간 마을을 봉쇄했다. 일각에서는 후 서기가 강경 진압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후 서기가 우칸촌을 방문해 강경 진압을 옹호한 것이 최고지도부 개편이 이뤄질 올가을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승진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함으로써 최고지도부의 신임을 얻으려는 노력으로 관측하고 있다.
퇀파이(團派·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의 정치 파벌) 출신인 후 서기는 한때 '리틀 후진타오(胡錦濤)'로 불리며 차세대 주자로 인식됐지만, 태자당(太子堂·혁명 원로 자제 그룹) 출신인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명보(明報)는 작년 10월 퇀파이 출신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다수를 점하는 것을 시주석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12명 중 후 서기와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 왕양(汪洋) 국무원 부총리 등 퇀파이 출신 3명이 한꺼번에 상무위원에 선임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시 주석은 최근 헤이룽장(黑龍江), 하이난(海南), 간쑤(甘肅), 산둥(山東) 등 4개 성(省)의 서기를 자신이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인맥으로 채우면서 퇀파이 출신 뤄바오밍(羅保銘) 전 하이난 서기와 왕싼윈(王三運) 전 간쑤 서기를 퇴임시켰다.
중국 상하이(上海)정법학원 천다오인(陳道銀) 부교수는 후 서기가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오를 기회를 높이기 위해 충성심과 강경 기조에 대한 관심을 끌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타이밍에 따라 일을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 천야오(陳堯) 교수는 후 서기가 기층 당국이 당 노선을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우칸촌 단속과 최근 시찰이 최고 직위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후 서기의 공로로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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