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이집트에 이라크식 종파분쟁 전술 도입
국가 보안조직 부패·무능으로 IS에 허점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집트 나일 델타 지역과 알렉산드리아의 콥트교회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이집트 기독교 사회를 겨냥한 최악의 폭력으로 기록될 것 같다. 지난 9일(현지시간) 수 시간 차이로 벌어진 폭탄 공격으로 50명 가까운 사망자와 13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가 곧바로 책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IS의 발표는 놀랄 일이 아니다. IS는 이미 시나이 반도 북부에서 기독교 동방정교회 일파인 콥트교 신도들을 집단 살해하며 이집트에 이라크식 종파분쟁 전술을 도입하려 해왔기 때문이다.
IS는 중동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이집트에 최근 수개월 동안 시간과 자원을 집중하며 잠재적 전선 구축을 시도해온 것으로 서방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수세에 몰린 IS로선 이집트 본토를 가장 매력 있는 대안 시장으로 지목했고, 소수 종교인 기독교를 쉬운 공격 대상으로 삼았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카이로의 한 콥트교회에서 25명의 사망자와 49명의 부상자를 낸 폭탄 공격도 IS 이집트 지부 소행으로 파악됐다. IS 이집트 지부와 그 전신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는 2013년부터 카이로와 나일 델타 지역에서 여러 차례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IS 이집트 지부는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에 축출된 후 시나이 반도를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군인과 경찰, 민간인 등 수백 명을 살해했다. 그러나 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시나이 반도에서는 위세를 떨칠 수 있었지만, 너무 멀리 떨어진 오지라서 중앙정부에 실질적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이집트 사회에 불안을 심화시켜 조직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IS의 전략은 그동안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막강한 보안조직을 앞세운 중앙정부의 힘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IS 조직, 결속력이 강한 이집트 사회의 특성이 그 이유로 꼽혔다.
이집트 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궁극적 목표는 시나이 반도가 아닌 이집트 본토 전역에 종파분쟁을 확산시켜 친미, 친서방 세속 정권을 이슬람 정권으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시사 월간 애틀랜틱은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놨다. '종려 주일' 행사 기간에 발생한 폭탄 테러가 이집트 기독교도들이 직면한 위협의 본질에 큰 변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IS가 이집트 내 기독교도를 이라크의 시아파와 같은 존재로 보고, 신앙의 차이를 이유로 무차별 살해해도 된다는 과격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IS 지지자들은 지난해 12월 카이로 콥트교회 폭탄 테러 이후 온라인을 통해 이 같은 급진 개념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기독교도들은 대표적인 다신교도로 서방 및 이집트 정부에 협력하는 반역자들이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의 90%가 무슬림인 이집트 사회에서 콥트교도는 종종 박해의 대상이었고, 콥트교회는 수시로 공격 대상이 됐다.
콥트교도는 역사적으로 아랍민족이 아닌 고대 이집트인의 후예라는 게 정설이다. 이집트 땅의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오늘날 정치 참여와 공직 진출, 교육 기회 등에서도 공공연히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콥트교도들은 종교의 자유와 헌법이 보장하는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지만, 차별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교회를 신축하는데도 엄청난 제약이 따른다.
이집트에서 무슬림과 콥트교도 간 분열은 영국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이집트공화국을 세운 1952년 이집트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말 압델 나세르 당시 대통령의 반(反) 서방, 범아랍주의를 토대로 하는 이집트는 기본적으로 무슬림 국가였고, 많은 콥트교도가 이집트를 빠져나갔다.
콥트교도와 교회가 테러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데는 다양한 종류의 경찰조직으로 구성된 국가 보안체제의 무능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조적 부패로 사기가 떨어지고 정예화·첨단화되지 못한 보안체제가 IS 조직원들에게 쉽게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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