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공직자 발길 뚝 '경영난'…카페로 변신 예상
(전주=연합뉴스) 임청 기자 = 한때 전북지역 대표적 요정(料亭)이었던 '행원(杏園)'이 10일 영업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년 전부터 한정식집으로 변신한 행원은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개업 75년만에 끝내 문을 닫았다.
2년여간 행원을 한정식집으로 운영한 고모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직자와 기업인들 중심의 만찬 손님이 확 줄면서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폐업 소회를 밝혔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요정은 일반 유흥음식점의 일종으로 유흥업 종사자를 두고 주류와 음식물을 판매하며 가무(歌舞)를 행할 수 있는 접객업소를 말한다.
1942년 가무계 출신 허모씨에 의해 영업을 시작한 행원은 이후 2∼3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요정집으로 번창하는 등 전주의 요정문화를 이끌었었다.
전주한옥마을 인근에 있는 행원은 한때 서울의 '삼청각'처럼 지방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유지들의 연회 장소로 활용되는 등 한때 밀실 정치의 상징으로 부각됐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룸살롱 문화에 밀려 명맥만을 이어오다 경영난이 가중됐고 수년 전 임대자에 의해 건전한 국악공연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한정식집으로 변신했지만 결국 문을 내리게 됐다.
행원은 특히 독특한 일본식 한옥 구조로 이목을 끌었다. 건물 앞마당에 정원을 둔 우리나라와는 달리 'ㄷ자' 건물 안쪽에 작은 연못과 정원을 갖춘 일본식 한옥으로 설계돼 그간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몰리기도 했다.
굴곡의 역사를 안고 뒤안길로 사라진 행원은 집 주인에 의해 일반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카페 등으로 개조될 것으로 알려졌다.
lc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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