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선생이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여성영화인모임이 10일 전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1923년 경북 하양 출생으로 이화여전 가정과에 입학해 문학과 미술, 영화에 심취했다.
학교를 중퇴한 뒤 대구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중 윤용균 감독의 소개로 조선영화사 촬영소에서 일하게 됐고, 신경균 감독의 '새로운 맹세'에 스크립터로 촬영에도 참여했다.
이때 극작가 이보라와 만나 결혼을 했으며 1954년 6월 딸을 출산한 뒤에는 1955년 '미망인'을 연출하며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이 됐다. 고인은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아이를 업고 촬영에 임하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작품 의욕을 불태웠다. '미망인'은 당시 사회 문제이던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과부' 문제를 다루면서도 전통과 근대의 갈림길에 선 여성들의 성적 욕망 등을 다뤄 주목받았다.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은 2001년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임순례 감독)을 통해 박남옥의 영화 인생을 조명한 바 있다.
고인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미망인'을 찍을 때 죽을 만큼 고생했지만, 눈물이 나도록 그 당시가 그립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인은 그의 유일한 작품인 '미망인'을 연출한 뒤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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