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가장 큰 규모 군중 모여…강경 우파 정부 반발 커져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미국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유럽중앙대학(Central European University)을 겨냥한 헝가리의 고등교육법 개정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반정부 시위로 확산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CEU를 사실상 폐쇄하려는 헝가리 정부를 비판하면서 부다 성에서 의회까지 행진했다고 AFP통신 등이 10일 전했다.
이날 모인 군중은 최근 3년 동안 있었던 반정부 시위 중 가장 규모가 컸다.
헝가리에서는 2014년 인터넷 사용세를 도입한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는데 결국 정부는 입법을 철회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CEU를 상징하는 푸른색 옷과 EU, 헝가리, 미국 국기 등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
집회 주최 측은 참가자 수를 8만 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소로스가 1991년 설립한 CEU는 미국식 경영대학원을 운영하는 동유럽 유일의 대학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소로스는 모국 헝가리에서 비정부기구의 후원자 역할을 하면서 '미운 털'이 박혔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고등교육법은 헝가리에서 외국 교육기관이 학교를 운영하려면 본국에도 캠퍼스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미국에 캠퍼스가 없는 CEU를 겨냥한 조항이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미국 국무부가 최근 헝가리 정부의 고등교육법 개정을 우려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8명과 세계 석학 900여 명이 서명한 공개서한도 전달됐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요리사 다보르 키스(45)는 "나는 아이가 없지만 이번 법 개정은 정말 놀랍다"며 "CEU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막아야 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헝가리는 지난주 외국 기구의 지원을 받는 NGO는 출판물 허가를 받도록 했는데 소로스 재단을 겨냥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규제가 있다.
IT 연구원은 빅토르 스자칼(23)은 "정치인들은 우리가 러시아가 아니라 헝가리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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