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4천26개 남았다…그 많던 '빨간 우체통' 역사 속으로

입력 2017-04-12 06:31  

전국 1만4천26개 남았다…그 많던 '빨간 우체통' 역사 속으로

2011년부터 해마다 4.4∼13.2% 감소…대구·경북 1천591개뿐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보통 일주일에 편지 두세 개? 그마저도 광고물로 보이죠."

지난 11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A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집배원은 '최근 우체통에 편지가 좀 들어오느냐'는 기자 질문에 머리를 긁적이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곡동에서 아파트 단지 4곳을 돌고 나서야 빨간 우체통 하나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 사라지는 빨간 우체통

거리에서 빨간 우체통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12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남아있는 우체통은 1만4천26개다.

도시 도로가 인도에 설치한 입식 우체통(45x40x126㎝)은 1만2천691개, 농촌에 벽걸이 우체통(37x28x56㎝)은 2천335개다.

우체통 감소율은 2011년부터 해마다 4.4∼13.2%를 보인다.

2011년 2만1천83개에서 2012년 1만9천428개, 2013년 1만8천60개, 2014년 1만5천681개, 2015년 1만4천920개로 줄었다.

우체통 안에 담긴 우편물 수도 급감했다.

2011년 전체 우체통 기준으로 4천793만 통이던 우편물은 지난해 2천29만 통으로 5년 만에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2016년 우체통마다 하루 평균 우편물 수는 5.8통이다. 2011년에는 9.1통, 2013년에는 8.5통이다.

지난해 우체통마다 연간 평균 우편물 수는 1천104개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2천273통, 2013년에는 8.5통이다.

대구와 경북에는 지난해 우체통 1천591개, 우체국 452곳이 남았다. 2014년에는 1천823개, 464곳이다.

경북지방우정청 관계자는 "우체국이 없어지면 그 앞에 있던 우체통이 함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석 달간 편지 없으면 문 닫아

우체통은 최근 3개월 우편물이 한 통도 없으면 철거 운명을 맞는다.

우정사업본부는 해마다 4∼5월 전국에서 일제히 우체통을 정비한다.

실제 이용하는 고객을 중심으로 다시 배치하는데 혁신도시와 세종시 같은 신도시에 새로 설치할 때도 있다.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는 3천500명 기준으로 1개 동마다 우체통 5개를 세운다.

인구 10만 이하 농어촌에는 2천명 기준으로 3개 마을마다 1개가 들어선다.

우편업무 취급 세칙에 따라 우체통 사이 최단 거리는 200m 이상이다.



◇ "늦게 가도 괜찮아"…'느린 우체통' 전국에 55개

늦어도 3일 이내 배달하는 우체통 우편물과 달리 일정 기간 보관 뒤 배송하는 '느린 우체통'은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다.

느린 우체통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에서 편지쓰기 행사를 열며 전국에 퍼졌다.

우정사업본부가 관리하는 전국 느린 우체통은 55개로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경주 보문단지, 대구 이상화 고택 등 관광지에 들어섰다.

대개 엽서나 우표까지 무료지만, 12개에는 비용 270원∼3천원을 받는다.

우편물이 아니라서 분실, 배송 등 문제는 느린 우체통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책임을 진다.




sunhy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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