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집단으로 나치에 넘긴 벨디브사건 책임 부인 논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극우정당 대선후보 마린 르펜(48) 2차대전 시기 나치 치하의 비시정권의 유대인 학살 관련 책임을 국내외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르펜은 지난 9일 LCI방송과 르피가로 등과의 공동인터뷰에서 1942년 프랑스 경찰이 1만3천여명의 유대인을 검거해 나치 수용소로 넘긴 이른바 '벨디브(Vel d'Hiv) 사건'을 부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르펜은 "프랑스가 벨디브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책임이 있다면 당시 권력을 쥔 사람들이며, 그게 프랑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치와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의 괴뢰정부인 비시정권에 끌려간 대부분의 유대인이 '벨로드롬 디베르', 일명 '벨디브'라는 사이클 경기장에 수용된 이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감돼 집단 학살을 당했다.
비시정권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여기는 자국 역사 중 하나로 르펜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대선 유력주자인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르펜이 역사적·정치적으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르펜이 장마리 르펜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르펜 부녀)은 변하지 않았다"고 몰아세웠다.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창당한 극우 정치인으로 외국인 혐오와 유대인 학살 부정 발언 등으로 수차례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르펜은 강성 극우 이미지가 강한 아버지와 거리를 두면서 소속당인 국민전선에서 극우 색채를 지우려고 노력해왔다.
이스라엘 정부도 발끈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의 유대인들이 나치의 홀로코스트(대학살)로 희생된 것에 대해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이 인정한 역사적 사실을 거스르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2차대전 시기에 프랑스를 점령했던 나치에게 끌려간 프랑스 유대인들은 7만6천명에 달하며 이 중 2천500여명만이 목숨을 부지했다.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전후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차 대전 시기 프랑스의 유대인들이 나치 수용소로 끌려가 학살된 일과 관련해 프랑스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바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 역시 벨디브 사건이 프랑스에서 프랑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며 공식 사죄했다.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되자 르펜은 10일 저녁 늦게 해명 성명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2차대전 당시 프랑스 망명정부는 런던에 있었으므로 프랑스의 책임이 아니라는 뜻에서 발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비시정권은 프랑스가 아니었다"면서 "벨디브 사건 등 당시 자행된 참극에 연루된 프랑스인들의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