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사이버범죄와의 전쟁에 이정표…명백한 안보사안은 아냐"
(파리·서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스페인 정부가 지난 미국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러시아 해커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표트르 레바쇼프'라는 이름의 러시아 국적의 남성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체포돼 마드리드로 이송돼 스페인 수사법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의 혐의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레바쇼프는 자신이 제작한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해 미국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방식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AFP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레바쇼프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터 세베라'라는 가명의 해커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 2008년에도 미국에서 대형 스팸 메일 사건에 연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부인은 러시아 국영 러시아투데이 텔레비전과 인터뷰에서 "남편이 사이버범죄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체포됐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연관이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스페인 경찰이 말해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당국은 레바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와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다.
미국 법무부의 한 관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명백한 국가안보와는 관련이 없는 형사사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은 레바쇼프의 체포가 사이버 범죄와의 전쟁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사이버보안 단체인 '스팸하우스 프로젝트' 등은 레바쇼프가 해커 피터 세베라와 동일 인물로 그가 주로 동유럽과 미국 쪽 해커들과 함께 작업해왔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의 2008년 1월 공소장에 따르면 세베라는 10명의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불법적인 스팸메일과 증권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러시아 해커들의 대선 개입 정황이 논란이 됐다.
이들 해커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을 빼돌려 부정적인 내용을 집중적으로 유포하는 방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의혹을 받았다.
미국 정부기관들은 러시아에 친화적 입장을 보이는 트럼프 후보를 밀려고 러시아가 배후에서 해커들을 지원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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