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돌아오려는 의원들 있다"…김무성·유승민 틈 노려
바른정당 "새누리당하고나 합쳐라"…친박·비박 틈 벌리기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보수 진영 '한 뿌리'에서 나온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내전이 대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격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 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될 정도로 보수정당에는 최대 위기 상황이지만 두 정당은 보수적자의 자리를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지렛대 삼아 이른바 '김무성계'와 '유승민계'의 틈을 노리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바른정당 내에 소위 회군파랄까,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꽤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지난 4일 "바른정당 의원들은 상당수가 홍준표하고 같이 하고 싶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이 언급하는 바른정당 의원 중에는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많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의원 13명은 전날 오전에 따로 모였으며, 이 자리에서 한국당 또는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후보는 이날 "좌파가 집권하면 우리는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바른정당 등 범보수 진영에 자신을 중심으로 한 후보 단일화 등 연대를 호소했다.
바른정당은 이에 맞서 한국당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과 찬성했던 의원의 틈을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태극기 세력'과 함께 새누리당으로 옮긴 조원진 의원은 물론 한국당에 남은 강성 친박 의원들을 '간박(간신 친박)'으로 부르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
유 후보의 이지현 대변인은 "홍 후보는 괜히 남의 집 탓하며 제집 불을 끄려 하지 말고, 먼저 당내 친박 세력을 정리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곤 수석부대변인도 "한국당은 바른정당 말고 새누리당하고나 후보 단일화에 매진하라"고 비꼬았다.
홍 후보가 한때 '양박(양아치 친박)'을 비판했지만, 이후 친박을 '지겟작대기'에 비유하며 이들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 입장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상대방을 향해 공격 일변도로 나오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의도는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보수의 적통'임을 내세우는 성격이 짙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보수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자구도'를 고착화하려는 듯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홍 후보는 이날 파주 임진각을 찾아 "보수우파의 이름으로 좌파의 거짓과 싸우겠다"며 "위장보수, 가짜보수의 위선과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유 후보도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한국 입장을 설명하며 '보수적 안보관'을 강조했다.
각 당과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전략적 공방'의 측면도 있다.
다만 극단적인 반목으로 두 당 사이에 감정의 골이 파이면서 향후 선거 연대나 통합을 추진할 경우 후유증이 예상된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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