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 폴리시 "美에 지난 10년과 매우 다른 정치환경…정책 불일치 우려 많아"
"대북여론 보수화 반영, 대화모색 기조가 크지만 美와 동맹 중시할 것 낙관론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1,2위를 다투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 당의 안철수 후보 모두 북한에 대한 제재와 함께 대화도 병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내달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대북 압박 강화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가 전망했다.
이 매체는 10일(현지시간) 문·안 두 후보의 대북정책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하고 "지금까지 즉흥적 정책과 황급한 군사작전 성향을 보여온 백악관으로선 능란한 외교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데도 아직 주한 미국 대사도 임명하지 않고 국무부와 국방부내 아시아정책 담당 고위직들도 빈자리로 남겨둔 상태인 점을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보수당 정부는 "워싱턴과 단단히 밀착해" 대북 강경책을 구사해왔으나, 문, 안 후보 둘 다 "보수적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왼쪽에 있는" 만큼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서울과 워싱턴간 분명히 더 많은 불일치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엘리 라트너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 국방부의 대북정책에 관해 자문하는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도 문 후보의 대북 입장 가운데 "많은 부분이 잠재적으로 미 행정부에 걱정거리일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우리(미국)가 지난 10년간 일해온 것과 매우 다른 정치적 환경이 생겼다"고 말했다.
포린 폴리시는 한·미 간 대북 정책 이견에 따른 갈등이 커질 것으로 비관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주로 소개한 뒤, 한국 내 대북여론의 보수적 변화 때문에 새 정부도 한미동맹 관계를 감안, 대북 정책에서 미국과 협의·조율을 중시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곁들였다.
비관론으로,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한국이 (대북) 협상을 시도할 수 있지만, 북한은 이를 시간 벌기로 활용할 것이므로 시간 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라트너 전 부보좌관은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 한치의 틈이라도 생기면 연쇄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걱정스러운 시나리오"로 한국이 대북 징벌조치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중국이 이를 핑계로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 방어를 위해 수만 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자신의 대북 접근법을 동맹이라는 한국이 지지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까? 도대체 왜 우리 군대를 거기 두느냐고 물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풍향의 변화에 대한 이러한 우려들과 달리, 반미 정서가 최고조에 달하고 북한의 위협이 지금보다 덜 했던 2000년대 초와 같은 대북 유화정책으로 한국이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지난 10년간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진전, 호전적인 대남 위협,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인해 대북 정책에 관한 여론이 보수화했기 때문에 대북 화해 정책엔 정치적 한계가 있으며, "두 선두 대선후보들도 이를 반영,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팀슨센터의 앨런 롬버그는 한국의 새 정부가 "사태 진정을 위해 북한과 대화하는 길이 있을까 모색하는 기조가 (전임 정부들에 비해) 더 크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새 정부도 한미동맹에 무게를 두고, (미국과) 긴밀한 협의와 조율 없이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린 폴리시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북한과 모든 접촉을 단절함으로써 북한이 중국에 더욱 의존적이게 만들고 한국의 대북 지렛대가 약해졌다"며 대북 당근과 채찍 정책을 병행할 것을 주장하면서 특히 개성공단의 재개와 확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사드 배치 문제를 새 정부로 넘길 것을 주장하는 문 후보와 달리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등 좀 더 중도적 입장이라고 소개하고 "그러나 그도 좀 더 섬세한 대북 정책과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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