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트교도 테러 근절하려면 종파 갈등부터 해결해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지난 9일 이집트 콥트교회에서 일어난 연쇄 폭탄 테러 희생자들의 장례가 10일(현지시간) 치러진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집트 내에서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가 종파 갈등을 방조한 데다 보안체계는 허술해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슬람 사원에서 콥트교도에 대한 증오 발언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이집트에선 이슬람과 콥트교도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
이집트는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 신자로,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분파인 콥트교도는 전체 인구 9천만명 중 10%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콥트교도는 이슬람주의자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를 몰아낸 2013년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면서 이슬람교도들의 미움을 샀다.
한 콥트교도 활동가는 "보안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성경에 나온 '슬픔의 시작'이라는 구절이라고 여기며 체념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콥트교인들 사이의 분위기를 전했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최소 4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테러사건 직후 '최고위원회'를 구성해 테러리즘을 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콥트교도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콥트교도에 대한 공격을 근절하려면 수년간 지속된 종파주의부터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안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사람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 콥트교 활동가는 "정부는 종교적 차별을 철폐하려고 노력한다고 했지만 어제 (테러가 일어난) 탄타 교회를 찾은 경찰이나 군 병력 중 기독교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보안책임자나 주지사, 내무부 관료 중에도 기독교인은 없다. 이러고도 어떻게 정부가 차별을 철폐한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비난했다.
지난해부터 이집트에선 기독교도가 IS의 주 공격 대상으로 부상하며 테러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카이로 콥트교회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30명이 숨졌으며 그로부터 두 달 뒤에는 IS가 이집트 내 추종자들에게 영상을 보내 기독교도를 발견하는대로 살해하라고 독려했다.
콥트교도들은 그나마 이번 연쇄테러가 자신들에 대한 차별 실태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알하람정치전략연구센터의 지하드 아클은 "현 정권은 1952년 군부가 왕조를 전복시킨 이래 종파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며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국민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은 물론 교육을 개혁해야 이 차별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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