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습에 허 찔린 푸틴…'시리아 옵션' 소진

입력 2017-04-11 15:47   수정 2017-04-11 16:35

트럼프 기습에 허 찔린 푸틴…'시리아 옵션' 소진

美-서방 집중 공세로 '크림 영웅' 위상 흔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푸틴이 너무 나갔나?".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의한 화학무기 공격을 계기로 핵심 후원세력인 러시아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다.

시리아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유일한 국제 중재자로 이른바 시리아 옵션을 서방에 카드로 내밀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옵션을 너무 키우려다 오히려 화학무기 공격을 계기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군으로 간주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미사일 보복공격을 당한 데다 이를 계기로 주요 7개국(G7)등 서방으로부터 집중 비난과 함께 추가 제재위협에 직면하면서 자칫 푸틴 대통령의 국내외 입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크림의 영웅'으로 무력을 앞세운 외치를 통치 동력으로 삼아온 푸틴이 오히려 외치에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알레포가 시리아군의 수중에 떨어지면서 아사드 정권에 의한 시리아 사태 수습이 가시권에 들어온 듯했던 러시아의 기대가 이들리브 지역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계기로 일순간에 반전하면서 러시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옵션을 통해 우크라이나 건을 놓고 미국과 담판하려던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러시아가 가진 시리아 옵션이 예상보다 좁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제 러시아는 기존의 옵션들을 재고해야 할 상황이며 미국과의 '대(大)흥정'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고 CNN은 10일 전했다.

이제는 미국과 서방이 아사드에 의한 시리아 수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러시아는 아사드 지원 전략을 지속하면서 미국 등과 계속 맞서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처해있다.

그러나 미국의 추가 군사공세에 맞서려면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며 이는 위험하기 그지없다.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군함을 공격할 경우 사태가 확산하면서 이미 시리아에 주둔 중인 상당수 러시아군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아울러 러시아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을 묵인, 방조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기존의 서방의 제재가 완화할 전망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결국 강대국의 특권인 무력을 앞세워 목표를 추구해온 푸틴 대통령의 외치 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 셈이다.

이제 시리아 사태도 러시아 측 의도대로 움직이기가 힘들어졌다. 그동안 시리아 평화협상에 불참하는 등 일정 거리를 둬 온 미국이 보복공격을 계기로 시리아 사태 당사자로서 러시아의 지위에 도전해온 데다, G7 등 서방이 아사드 정권의 교체를 공개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으로 시리아 내 반군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아사드의 후계를 물색하는 것이나 서방측과 협력해 포스트 아사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등도 러시아가 그동안 아사드 정권 유지를 위해 쏟아 부은 엄청난 인적, 물적 지원을 감안할 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다.

여기에 러시아 국내상황도 문제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 수많은 젊은이에 의한 반부패 시위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이전과 다르다.

푸틴은 그동안 '크림의 영웅'으로 불리면서 무력을 앞세운 외치를 국내 불만 해소와 지지결집의 계기로 삼아왔으나 정작 시리아 옵션 소진으로 외치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윌리엄 헤이그 전 영국 외교장관은 10일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러시아를 기우는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서방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국내적으로도 외치 전략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푸틴이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등 특권지도층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과거 냉전시대 정보정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많은 젊은이가 위험을 무릅쓰고 반부패 시위에 몰려나온 것은 이러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보수당 대표를 지낸 헤이그 전 장관은 러시아에 대해 관대하게 대해서는 안 되며 푸틴에게 몇 인치를 양보할 경우 몇 야드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제에 화학무기 사용 방조나 타국 대선 개입 및 인접국 무력 침공 등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간 가디언도 10일 분석기사를 통해 미국의 시리아 미사일 공격은 푸틴으로서 좋지 않은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면서 이는 동맹인 시리아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넘어 푸틴 등 러시아 지도부에 잠재적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연구소의 전문가 찰스 리스터는 가디언에 미국이 러시아의 화학무기 공격 연루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를 막후 압력용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미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확대 방침을 선언했다. 아사드 정권의 비인도적 무기 사용 시 추가 응징 작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작전 확대 방침에 따라 러시아의 선택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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