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농부가 동년배 일꾼과 농사…'옛말 된 전원일기'

입력 2017-04-12 07:30  

70대 농부가 동년배 일꾼과 농사…'옛말 된 전원일기'

품삯 오르는데 일손 부족 여전…"수익은 수년째 제자리"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김선경 최종호 기자 = 경기도 이천시 율면에서 30년째 담배농사를 짓는 이도진(70)씨는 최근 6천평 담배밭에 잡초를 미리 제거하기 위한 비닐피복 작업을 마치고 오는 14일 담배심기를 앞두고 있다.

이 넓은 땅에 담배를 심고 담배가 쓰러지는 것을 막고자 비닐 위에 흙을 덮는 데에는 15∼20명이 필요한데 이씨는 아내와 둘이 농사를 짓느라 매년 인력사무소에서 사람을 사다가 담배를 심어왔다.

지난해 이씨는 이웃에 일손을 빌린 데 더해 남성 8명을 10만원씩 주고 불러 담배를 심었다.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인 수확기에는 1주일에 두 번 담배를 딸 때마다 4명을 불렀다. 심는 일보다따는 게 어려워 일당은 11만원씩 줬다.

이씨는 "예전에는 농사짓는 이웃이 많아서 품앗이했는데 지금은 농촌에 워낙 사람이 없어서 품앗이할 일손도 턱없이 부족하고 서로 자기 농사짓기 바쁘다"며 "수십 년째 농사를 지어왔는데 갈수록 일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한숨 쉬었다.

올해 인근 인력사무소의 농사일 품삯은 남성은 12만원, 여성은 8만원이다. 고되다는 이유로 농사일을 기피하는 탓에 품삯은 조금씩 오르는데 그래도 선뜻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농사일은 받는 돈에 비해 일이 힘들어 단가가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 젊은이들은 물론 50, 60대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고 70대 어르신들이 주로 한다"고 말했다.




농가가 많은 양평의 한 인력사무소장도 "농촌에는 외국인 근로자도 별로 없어서 농사일은 나이 드신 분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산청의 한 인력사무소 측은 "3∼4년 전에는 양파 심을 때 여자는 5만원 정도면 사람을 구했는데 지금은 6만5천원에서 7만원까지 줘야 한다"며 "시골에서는 이마저도 어려워 농가가 일당을올려줘야 하고 근처에는 사람도 없어서 가까운 도시에서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차비까지 챙겨줘야 해 농가로서는 이중고"라고 설명했다.

일손 부족에 더해 나아지지 않는 농가 소득은 농번기 온 가족이 모여 일손을 보태고 이웃과 품앗이해가며 농사지어 자식 대학 보내던 옛날 전원일기 시절을 더욱 그립게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65세 이상 농가 인구 비중은 지난해보다 0.9% 포인트 올라간 40.2%로, 호당 농가 소득은 지난해보다 0.5% 늘어난 3천381만원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 소득은 2005년 3천50만3천원으로 처음 3천만원대에 진입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올해 전망이 맞는다면 13년째 3천만원대에 머무르게 된다.

이에 따라 도농 간 소득 격차는 갈수록 심화해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에 대한 농가 소득 비율은 2012년 57.6%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완화하고 있지만 2014년 61.5%, 2015년에도 64.4%에 그쳤다.




지난해 쌀 생산비도 10a(1천㎡)당 67만4천340원으로 전년보다 2.5% 감소한 반면, 총수입은 85만5천165원으로 13.9% 줄었다.

20㎏ 산지 쌀값이 2013년 4만3천800원에서 지난해 3만4천900원으로 내려앉아 벼는 더는 남는 게 없는 농사가 됐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과수 농가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충북 충주시 안림동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모(53)씨는 "전국적으로 사과 재고가 쌓이면서 10㎏ 한 상자에 3만원대로 값이 떨어졌다"면서 "사과는 안 팔리고 품삯은 크게 올라 농사지을 맛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농촌의 시름이 깊어지자 농협은 임직원,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영농철 농촌을 찾아 일손을 보태기로 했다.

이도진씨는 올해 담배심기는 이들의 도움을 받게 됐다. 지난해 인건비로 담배심기에 80만원, 한해 농사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썼던 그는 인건비를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게 됐다.

이씨는 "담배 단가가 매년 조금씩 오르긴 하지만 엄격한 품질 요구에 맞추다 보면 들어가는 돈도 많고 인력은 부족한데 품삯은 올라서 결국 수익은 수년째 제자리"라며 "사회가 농촌의 고충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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