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재판 증인 출석…"朴, 승마만 챙기는 일 많아"
"국가에 극심한 손해 끼치지 않는 이상 공무원 신분 보장돼야"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강애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나쁜 사람'으로 찍혀 인사 조치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박 전 대통령의 승마에 대한 관심 때문에 힘들었다고 법정에서 털어놨다.
노 전 국장은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이 좌천된 이유 등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2013년 4월 최 씨 딸 정유라 씨가 승마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자 청와대 지시에 따라 판정 시비를 조사했다.
그러나 최 씨가 원하던 취지로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됐고, 이후 공직을 떠났다.
노 전 국장은 "당시 정책 담당자들의 의문이 축구, 야구, 배구 등도 있는데 왜 대통령이 유독 승마만 챙기냐는 것이었다"면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유독 승마만 챙기시는 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승마가 "냉정하게 말하면 정책적 관심 대상 밖"이고, 자신이 국장이 된 이후 "승마협회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미미한데 대통령이 승마에만 관심을 가져 힘들었다는 것이다.
노 전 국장은 판정 시비 조사 과정에서 정유라 씨가 정윤회 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유력자 딸이 승마 선수라서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구나 생각했나'라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승마협회와 관련해 비중있게 보고된 것은 정유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나'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노 전 국장은 정유라 씨가 2014년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과 관련해서는 "만약 경기장 등 원래대로 개최됐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국가대표에서 탈락할 수도 있고 아시안게임 참가 못했을 수도 있다"며 "마장마술 종목 특성이 말의 컨디션에 따라 워낙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승마협회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대표 선발전 장소를 제주도에서 인천으로 갑자기 바꿔 정 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노 전 국장은 대통령에게 찍혀 결국 공직을 떠난 것에 대해 "30여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공무원이라면 안고가야 할 책임이란 게 있다"며 "저는 그 책임을 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공무원이 국가에 아주 극심한 손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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