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바둑과 뇌기능 연구 발표
"갈등 상황에서 감정 조절 뇌 부위도 발달"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바둑에서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에 달한다.
바둑을 전문으로 두는 프로 기사들은 '계산'의 과정 없이 수 많은 경우의 수에서 최선을 찾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태영·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11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바둑 전문가의 뇌 기능' 연구 발표회를 열고 프로 기사들의 뇌가 어떻게 특화됐는지 설명했다.
이태영 교수는 "프로 기사들은 계산을 하지 않고도 이미 체득된 무의식으로 바둑을 둔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상황을 계산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 패턴을 파악하고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또 프로 기사들은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특성도 지닌다.
이 교수는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가 발달해 있다"고 밝혔다.
정서가 안정돼 있으면 학습 등 목표 지향적인 행동이 발달할 수 있다.
다만 연구팀은 "바둑을 많이 둬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것인지, 정서가 안정된 사람이 바둑을 잘 두는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프로바둑 기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러 연구를 종합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프로기사들과 일반인의 뇌 영상을 비교해 프로기사들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연구팀은 "바둑을 두면 동기,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의 효율성이 커졌다"며 "이는 이 기능을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시사했다.
나아가 프로기사들은 공간 지각력, 주의력, 작업 기억, 집행 통제, 문제 해결 등 높은 단계의 인지기능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행사에는 프로기사들이 참석해 뇌 기능 연구 결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치밀한 계산으로 바둑을 두는 '알파고' 등 인공지능과 프로기사의 차이에 관한 궁금증도 이어졌다.
연구팀은 "결국 무의식이나 직관이 과연 어떤 개념인지, 계산의 영역과 어떻게 다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바둑 안의 미지의 영역을 열어놨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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