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김윤구 기자 = 부정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일본 대기업 도시바(東芝)가 11일 마감 시한을 2차례나 넘긴 뒤 감사법인의 승인 없이 실적을 발표했다.
감사 의견 없이 실적을 발표한 것은 일본의 주요 기업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더 커졌다.
도시바는 감사법인의 '적정 의견' 없이 지난해 12월 말까지 9개월간 5천763억엔(약 5조9천2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이날 공시했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손실 규모를 줄이려는 내부 압력 여부를 놓고 감사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아라타와 충돌했었다.
감사법인 측은 WH측 이 작년 말 밝혀진 원자력사업의 거액 손실을 이미 2015년도에 파악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손실규모 축소 압력이 과거에도 영향을 줬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결국 감사법인은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시바는 조사 결과 부적절한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실적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도시바가 결국 이례적으로 감사법인의 승인 없이 실적을 발표한 만큼 도시바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감사법인이 적정 의견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 폐지 기준에 해당한다며 도시바가 재무기반을 개선하지 않으면 상장기업으로서 존속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도시바는 이미 2015년 발각된 부정회계 문제로 거래소의 심사 대상이 됐기 때문에 2중으로 시장의 신뢰에 손상을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쿄증권거래소를 산하기관으로 둔 일본 거래소그룹(JPX) 내부에서는 "몇 번이나 혼란을 초래한 기업을 시장에 남겨놔도 좋을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JPX의 한 간부는 도시바 주식의 단기 매매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해 "투기적인 색깔이 짙어지고 있는데, 이는 시장의 신뢰성과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바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현재 2천256억엔(약 2조3천183억원) 마이너스로 채무초과에 빠졌다.
도시바의 주가는 결산 시한인 이날 한때 약 7%까지 떨어졌다가 2.7% 하락 마감했다.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실적 발표를 연장해도 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 이례적이긴 하지만 결산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쓰나카와 사장은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사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이미 반도체 사업 부문 매각에 나선 데 이어 TV 사업 부문도 매각할 방침을 정하며 경영 정상화에 애를 쓰고 있다.
도시바가 시장에 내놓은 반도체 사업의 몸값은 치솟고 있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이 인수 금액을 3조엔(약 31조엔)으로 높여 제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보도했다.
bkkim@yna.co.kr, kimy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