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伊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美 시리아 폭격 이라크 침공 연상케해"
(모스크바·런던=연합뉴스) 유철종 황정우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유엔 기구에 진상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은 공식적으로 조사돼야 한다"며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기구에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조사 결과에 근거한 균형된 결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이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사용 책임을 지우려는 또다른 '도발들'이 계획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리아 다른 지역들에서 이런 도발들이 준비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여기엔 다마스쿠스 남부 외곽에 (화학)물질을 투척해 시리아 정부에 그 책임을 지우려는 계획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에 대해 "미국 대표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의 화학무기를 발견했다는 발언을 하고 뒤이어 이라크에 대한 침공이 이루어졌던 지난 2003년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입증되지 않았다.
푸틴은 거짓 증거 제시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 국가 파괴와 테러 위협 증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출현이란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시리아 미사일 폭격을 지지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계를 구축해보려고 애쓰고 있으며 시리아와 러시아를 '공통의 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더 이상의 화학무기 공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해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을 가했다는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 세르게이 루드스코이는 이날 TV를 통해 시리아 아사드 정부가 화학무기가 있다고 지목된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국제 전문가들의 조사를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4일 시리아 이들리브주(州)에서 사용된 화학무기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의한 소행이라며 이에 대한 응징으로 지난 7일 지중해상의 자국 해군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발사해 시리아 중서부 홈스 인근에 있는 시리아 정부군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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