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기소는 캄보디아 정부 저항에 쉽지 않을 듯
재판소의 태생적 한계 등으로 단죄에 한계 드러내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정권의 '킬링필드'를 단죄하기 위해 유엔이 설립한 캄보디아 전범재판소(ECCC)가 세 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임무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5년 동안 170만 명을 죽인 크메르 루즈 정권에 대한 유엔의 사법 절차가 11년 동안 3억 달러(약 3천437억 원)를 쓰면서 진행됐으나 이미 유죄 선고를 받은 세 명 이외에는 추가적인 사법 조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급진 공산주의 정권인 크메르 루즈 정권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170만 명을 죽여 20세기 최대 학살 중 하나로 기록됐다. 1985년 제작된 영화 '킬링필드'는 캄보디아에서 자행된 만행을 다뤘다.
이 같은 학살에 대한 단죄는 크메르 루즈 정권이 무너진 지 24년째인 2003년에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특별 재판소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재판소는 작년 11월에 크메르 루즈 정권의 핵심이었던 누온 체아(90) 전 공산당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85) 전 국가주석 등 두 명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투올슬렝 수용소장을 지낸 카잉 구엑 에아브(74)는 2014년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소는 현재 다른 세 명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조사하고 있지만 이들을 기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훈센 총리를 비롯한 캄보디아 정부 인사들이 추가 기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권좌를 지키고 있는 훈센 총리를 포함해 크메르 루즈 정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아직 캄보디아 정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들은 추가 기소는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재판소는 세 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사실상 임무를 끝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11년 동안이나 활동하면서도 고작 세 명을 단죄하는 데 그친 것은 재판소의 태생적인 한계가 한몫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판사의 구성이 캄보디아인과 외국인으로 혼재됐으며, 재판에 적용되는 법도 국제법과 캄보디아법이 섞여 효율적이지 못했다.
또 만행이 자행된 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법적 절차가 진행된 탓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이미 많이 사망했다. 크메르 루즈 정권의 1인자였던 폴 포트도 1998년에 죽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재판소의 활동은 캄보디아가 크메르 루즈 시대로부터 탈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저지 주에 있는 럿거스대학의 알렉산더 힌튼 인류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캄보디아 정부는 재판의 대상 선정과 범위에서부터 유엔과는 아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한 뒤 "정치적인 폭풍우 속에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두 건의 재판을 끝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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