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지난해 6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공식 국가기구로 출범시킨 데 이어, 10개월 만에 산하 기구로 외교위원회를 부활시킴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써는 조평통은 대남, 외교위는 대미·대중 창구로서 각각 기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향후 활동을 통해 역할분담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선거'를 의안으로 논의해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국제 담당 부위원장을 외교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또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 리룡남 내각 부총리, 김정숙 대외문화연락위원장, 김동선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영원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비서 등 6명을 외교위원에 포진시켰다.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신설은 북한 헌법 제98조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산하에 '부문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헌법은 최고인민회의 부문 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사업을 도와 국가의 정책안을 작성하거나 심의하며 그 집행을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체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기존의 예산위원회와 법제위원회 이외에 외교위원회를 설치해 향후 '3 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특히 1998년 9월 김정일 체제 출범과 함께 사라졌다 부활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는 향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은 물론 대남 유화공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지난해 6월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단체인 조평통 서기국을 해체하고 국가기구로 설치한 조평통과의 역할분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은 출범 직후 처음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과 나라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제기했지만 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리 정부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남창구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6명의 외교위원에 대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포함된 점을 주시하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오른팔로 유명한 리 위원장은 2006년 10월 남북군사실무회담 제2차 수석대표 접촉의 북측대표를 맡았고, 김정은 체제에서도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와 군사당국자접촉에 나서는 등 남북대화에 주역을 맡아왔다.
북한은 대외창구 정비에 따라 대미·대중 성명에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를, 대남 성명에는 국무위원회 조평통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른바 '투트랙' 시스템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대외 정세가 엄중한 만큼 북한이 대외창구를 새롭게 정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핵과 미사일 등 도발 국면이 지나고 수습단계에 두 기관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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