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점검 로널드 레이건호 복귀후에도 머물면 "진짜 긴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배수량 10만t)가 빠르면 이번 주말 한국 근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정기 점검과 정비로 작전을 중지하고 있는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일뿐 "증파"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보 전문가로 꼽히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고사카 데쓰로 편집위원은 11일 컬럼에서 칼빈슨호 한반도 전개는 북한과 중국에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서태평양 지역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전개 자체가 미군 전력의 "증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미 항모전단은 평소 서태평양지역에 최소한 1개 전단을 전개하고 있다.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지에서 예측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동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3함대 소속 칼빈슨호가 현재 남중국해에 전개하고 있는 것도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으로 하는 7함대 소속 원자력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매년 1월부터 4월까지 점검과 정비를 위해 작전을 중지하는데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이 시기에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F22가 오키나와(沖繩)의 가데나(嘉手納)공군기지에 날아오곤 하는 것도 서태평양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지난 8일께 싱가포르 근해를 떠난 칼빈스호는 빠르면 이번 주말 한국 근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항모전단의 대 지상공격능력과 항모전단을 이루는 순양함의 미사일 공격능력 등을 근거로 칼빈슨 호 전개는 "한반도의 긴장을 한층 고조시킬"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다만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에 항상 1개 항모전단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미 해군의 이번 결정이 곧 "증파"를 의미하는건 아니다.
향후 관심의 초점은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이 정비를 끝내고 작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5월 상순 이후에도 칼빈슨 전단이 한반도 근해에 계속 머물지 여부다.
항공모함 2척 체제가 유지되면 가령 한척의 갑판에서 화재 등이 발생해 작전을 할 수 없게 되더라도 폭격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함재기가 다른 한척에 내릴 수 있다. 미국 함대 전체로는 보다 안전한 상태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1996년 중국과 대만간 양안위기 때도 미 해군은 항공모함 2척 체제를 갖춤으로써 "진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태세를 과시, 대만 침공기회를 노리던 중국군을 억제했다.
1991년 걸프전쟁 때 미군은 걸프만과 동지중해 등에 항모전단을 가장 많을 때는 5개 전단을 전개하면서 이라크를 폭격했다.
이에 비해 현재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미군은 가데나와 이와쿠니(岩國) 등 주일미군지지와 주한미공군기지 등에 있는 항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폭격작전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가령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을 정밀타격하는 제한적인 작전이라면 걸프전쟁 때 처럼 많은 항모전단을 전개하지 않아도 된다. 2-3개의 전단이면 충분하다.
미국 항모전단의 작전기간은 보통 6개월이 조금 넘는 정도다. 칼빈슨호가 올해 초 미국 서해안에서 출항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2-3개월은 작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2개전단이 전개하는 셈이 돼 그 시점에서 "증파"가 확정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진짜 긴장"도 그 시점에서 시작된다.
일본의 한 안보관계자는 "미군이 지금 정작 주시하고 있는 건 북한군이 아니라 중국군의 동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이 북한 동북부로 들어와 동해에 면한 나진 일대를 실효지배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나진항을 군항으로 만들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원자력잠수함의 모항으로 삼으면 미국 본토가 사정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에 대한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이 일거에 떨어지게 된다. 중국군의 동해 진출은 미국과 일본 모두에 악몽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한반도를 뒤흔드는데 그치지 않고 북동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크게 바꾸는 방아쇠가 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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