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뜸하다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 기용 주목
북미대화 재가동 준비 '포석'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19년만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를 부활하면서 과거 대미 핵외교의 주역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위원으로 기용해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1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를 선출했다며 위원 중 한 명으로 김계관을 호명했다.
김계관은 북핵 6자회담이 활발하게 가동되던 2004∼2008년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2005년 '9·19 공동성명' 도출에 참여하기도 한 북한 핵외교의 핵심 실세다. 1990년대부터 각종 북미회담에 참여한 북한의 대미외교 '간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계관의 기용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북핵 협상의 중단, 그리고 북한 외교의 고립 추세 속에서 그의 대외활동도 최근 몇 년간 상대적으로 뜸했기 때문이다.
김계관이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11월 피델 카스트로 별세로 김정은이 주(駐)북한 쿠바대사관에 조문했을 때 수행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밖에 모란봉악단·공훈국가합창단의 2015년 9월 쿠바 대표단 환영 공연에 김정은을 수행하고, 2014년 11월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할 때 수행하는 등 주로 외교 참모로서의 역할에 머물렀다.
지난해 2월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했을 때 김계관이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단독으로 외국 방문에 나선 것은 약 4년 전인 2013년 9월 중국 방문이 마지막이다.
김계관에게서 2010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넘겨받았던 리용호가 외무상으로 승진하고, 한성렬 현 외무성 부상(전 미국국장)과 최선희 현 미국국장이 대미 비공식 접촉에 주로 나서는 등 그 사이 외교 진용의 변화도 이뤄졌다.
이 때문에 북한 대미 외교라인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분석과 함께 김계관의 2선 후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김계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 많다. 대미협상 경험이 많고 관련 인맥도 두터운 김계관에게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이라는 새 직함을 부여해 향후 대미 외교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향후 북미대화 가능성을 준비하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가 정부 간 공식 외교채널을 우회하는 의회·민간외교의 창구인 만큼, 김계관이 다시 '플레이어'로 나서서 대미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2일 "과거 회담을 많이 했던 김계관은 문제를 푸는 쪽의 인물로 대립적인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계관이 얼마나 공고한 위상을 가지고 (북한 외교를) 움직일 수 있는지는 이번 기용을 가지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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