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돌연변이로 유전자 기능 확인…파키스탄 1만여명 조사

입력 2017-04-12 13:23   수정 2017-04-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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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돌연변이로 유전자 기능 확인…파키스탄 1만여명 조사

원홍희 성균관대 교수 "약물 후보 발굴의 시작점"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사람 유전자 2만여 개의 기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유전자의 기능을 알려면 유전자를 하나씩 망가뜨려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조사하면 되지만, 이 방법을 사람에 쓸 수는 없어 지금까지 쥐 등 동물 모델을 이용해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람을 직접 조사해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주 드물게 일부 유전자의 기능이 망가진 사람이 태어나는데, 이런 사례를 조사한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하버드 의대, 성균관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파키스탄인 1만503명을 대상으로 한 이런 분석 결과를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논문 공저자인 원홍희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는 "근친혼 비율이 높은 파키스탄에서는 부모가 유전적으로 유사한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파키스탄인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2개 모두에서 돌연변이를 가질 확률이 높다"고 연구 대상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쌍을 이루는 유전자를 하나씩 받는다. 쌍을 이루는 유전자 2개 중 1개에 돌연변이가 생기더라도 남은 유전자 1개가 제 기능을 하므로, 유전자 2개(한 쌍)가 모두 망가진 경우는 드물다.

파키스탄인 집단에서 이런 희귀 돌연변이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연구진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번 연구에서 1천317개 유전자에서 일어난 희귀 돌연변이 4만9천138종을 발견한 것이다.

'APOC3'로 불리는 유전자 한 쌍이 모두 망가진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 4명 찾은 것이 대표 사례다. 원 교수는 "지난 2014년 연구에서 서양인 약 20만 명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이 유전자 한 쌍이 완전히 망가진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APOC3 유전자가 모두 망가진 사람들은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먹어도 혈액 속 중성지방의 농도가 높아지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는 APOC3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면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CYP2F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 2명을 발견한 것도 이번 연구의 성과다. 이들은 혈액 속 '인터류킨-8'(IL-8)의 농도가 약 4배 높았다. 인터류킨-8은 흡연이나 대기 오염물질이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를 폐로 불러와 염증을 일으키므로, 이들의 폐 질환 발생 위험도를 추적·관찰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이 밖에 A3GALT3, NRG4 유전자가 혈액 속 인슐린 농도를 낮추며 SLC9A3R1 유전자가 세포 간 신호 전달과 관련이 있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

원 교수는 "사람의 유전자 기능을 직접 조사했다는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며 "지금껏 사람의 유전자 기능을 연구할 때는 동물 모델을 통해 기능을 유추해왔지만, 사람과 동물의 유전자 기능이 100% 같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대규모 돌연변이 연구가 사람 유전자 기능 연구 및 약물 후보 발굴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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