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부동산·특별자산에만 뭉칫돈, 주식형펀드 '쪽박'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국내에서 갈 곳 없는 시중 자금이 불어나면서 국내 펀드시장 규모도 2년 새 100조원이 불어났다. 이 덕분에 순자산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환영할만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시가 장기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속에 수급의 근간이 되는 주식형펀드가 쪼그라들어 국내펀드시장이 속빈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시중 자금이 몰리는 대기성 상품 머니마켓펀드(MMF)나 부동산·특별자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만 뭉칫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 7일 500조6천36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펀드 순자산은 실제 순유입 자금(설정액)과 운용 성과로 늘어난 수익을 합산한 것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공·사모펀드는 498조240억원, 국내 사모주식펀드(PEF)는 2조5천470억원이다.
전체 펀드 순자산은 2015년 3월 3일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하고서 2년여 만에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이 불어난 것은 머니마켓펀드로 무려 28조8천450억원이 증가했다. 다음으로 채권형 펀드도 26조4천여억원 늘어났다. 특별자산 펀드와 부동산 펀드도 각각 20조2천790억원, 19조7천97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는 2년간 11조원 넘게 줄어들어 66조2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혼합 주식형 펀드와 혼합 채권형 펀드에서도 각각 2조3천200억원, 1조2천630억원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MMF는 지난 2월 말과 비교해 8조원 가까이 늘어났고 특별자산 펀드와 부동산 펀드는 각각 2조4천억원, 1조6천억원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7천680억원 줄어들었다.
올해 코스피가 2,100을 넘어선 이후 고점 돌파가 쉽지 않은 것도 이처럼 주식형 펀드에서 계속 자금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2,100을 돌파하자 고점에 도달했다고 인식해 차익실현을 위해 잇따라 환매에 나섰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코스피가 2011년 하반기부터 줄곧 박스권에 머물다 보니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도 조기 차익실현을 하는 성향이 굳어졌다"며 "전반적으로 펀드시장 자체가 새로운 자산 투자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indi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