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美 시리아 폭격 재발 안돼"…틸러슨 "첨예한 이견 좁히는 방안 파악원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취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이날 두 장관 회동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이를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으로 미-러 관계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된 가운데 이루어졌다.
타스·AP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틸러슨 장관을 맞아 회담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시리아폭격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최근 시리아에 대한 불법 공격이란 우려할 만한 행동이 벌어졌다"면서 "러시아는 미국이 앞으로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양자 관계 및 국제 현안과 관련한 미국의 일관되지 않고 모순적인 최근 발언들에 대해 많은 질문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의 입장과 미 행정부의 실제 의도 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틸러슨)의 방러는 아주 시의적절하다"면서 "(이번 회담이) 테러 대응 등을 포함한 여러 문제에 대한 협력 전망을 확인하기 위한 솔직하고 정직한 대화 가능성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틸러슨 장관은 "모스크바 회담을 통해 왜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한 이견을 갖고 있는지 그러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회담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점에 열린다"면서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이 (미-러 간) 서로 다른 입장과 관련한 우리의 견해를 설명하고 밝히는 기회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회담 시작 전 미국 언론과 라브로프 장관 간에 가벼운 실랑이도 벌어졌다.
라브로프 장관의 모두 발언이 시작되기 전 한 미국 여기자가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사실이냐. (시리아를 비난한) 어제 백악관 발표에 대해 논평해달라'고 큰 소리로 질문하자 라브로프는 "누가 당신에게 매너(취재 예절)를 교육시켰나"라고 되받으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라브로프는 질문을 무시한 채 자신의 모두 발언을 하고 뒤이어 틸러슨에게 발언권을 넘겨주면서 다시 질문했던 여기자를 향해 "이제 소리쳐도 된다"고 비아냥을 섞어 말했다. 이에 여기자는 "고맙다"고 불만 투로 답했지만 다른 미국 기자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큰 소리로 질문을 던졌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이날 미-러 외무장관 회담 취재는 양국 기자단에만 허용했다.
라브로프와 틸러슨 장관은 비공개 회담을 끝낸 뒤 크렘린궁으로 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 간 면담 일정을 부인했던 크렘린궁은 이날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을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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