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열하루 앞으로…양강 구도 속 맹추격 '대혼전'

입력 2017-04-12 22:15  

프랑스 대선 열하루 앞으로…양강 구도 속 맹추격 '대혼전'

마크롱·르펜 선두권, 피용·멜랑숑 바짝 추격…30% 넘는 부동표 향배 '촉각'

5위권 처진 좌파 여당후보 아몽 "결선 진출 못 하면 멜랑숑 지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열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 후보의 지지율이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선거 결과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극우정당 후보인 마린 르펜과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1차 투표 지지도 조사에서 23∼24% 내외로 1·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이 5위권으로 멀찌감치 뒤처지고 강경좌파 장뤼크 멜랑숑이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득표자만 진출한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확정한다. 결선 투표일은 5월 7일이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와 레제코·라디오클라시크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여론조사에서는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24%로 1위를 차지했고,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마크롱이 1%포인트 차로 르펜을 바짝 추격했다.

세비 횡령 스캔들로 고전해온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20%, 급진좌파 단체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라는 뜻)의 장뤼크 멜랑숑은 18%로 4위에 올랐다. 집권 사회당의 아몽은 7%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마크롱과 르펜이 결선에 진출하는 것을 가정한 2차 투표 지지도는 마크롱 62%, 르펜 38%로 마크롱이 압도적 우위로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선에서 피용과 르펜이 맞붙는 상황을 가정한 조사에서는 피용 58%, 르펜 42%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9∼11일 1천395명의 표본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기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차투표 조사에서 1·2위를 르펜과 마크롱이 1% 포인트 내외의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차지하고 있다.

3위는 제1야당의 피용이 선두권과 3∼4%포인트 차로 따라붙고 급진좌파 멜랑숑이 피용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르펜과 마크롱은 대선 레이스 초반보다 지지도가 약간씩 떨어진 반면에 멜랑숑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기류다.

멜랑숑은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와 유머로 지난 두 차례 대선 TV 토론에서 르펜을 집중 공격하는 등 선전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오피니언웨이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볼 때 1차 투표 지지도가 지난달 10일 14%에서 이날 18%까지 한 달간 7%포인트를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르펜의 지지도는 26%에서 24%로, 마크롱은 26%에서 23%로 각각 2∼3%포인트 하락했다.

멜랑숑의 선전은 집권 사회당 후보 아몽의 몰락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아몽은 지난달 10일 14%에서 이날 7%로 지지율이 7%포인트 급락했다.

그는 현 정부의 낮은 인기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데다 멜랑숑과의 후보 단일화 시도 무산 등 잇따른 선거전략의 실패로 사회당의 전통적 텃밭인 중도좌파 유권자들을 마크롱과 멜랑숑 쪽으로 뺏기면서 고전 중이다.

아몽은 지난 주말 프랑스2 TV에 출연해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면 2차 투표 때는 멜랑숑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밝히면서 '좌파 동지'에 힘을 실어줬다.

작년 말 공화당 경선 승리 때까지만 해도 차기 대통령 1순위로 꼽혔던 피용은 언론의 세비횡령 의혹 연쇄보도 이후 지지율이 급감해 3위권으로 내려앉았지만, 스캔들 피로감 등으로 20% 선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위기의식을 느낀 우파진영이 결집하면서 그의 지지율은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높은 부동표(浮動票) 비율은 열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향배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가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6대 4 정도의 비율로 승리할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1차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부동층 유권자가 여론조사기관 이포프(IFOP) 기준으로 32%에 이른다.

이는 아직 누구에게 표를 줄지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공략하면 막판에도 얼마든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층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지난 대선의 1차투표 기권율이 20%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음을 정하지 않은 프랑스 유권자들이 30%가 넘는 혼전 양상은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네 후보 중 누구에게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간 르몽드는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네 명의 후보 모두가 결선투표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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