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큰 실수…미군은 최강 군대", "中없이도 北문제 해결"
NYT "선제공격하기엔 제약 많아"…후순위이지만 北도발시 배제 못해
한반도 전운고조시키는 '미치광이 전략'으로 도발억제·中역할 노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과 중국을 향해 '쌍끌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북핵 불용'이라는 단호한 원칙 아래에 북한에 대해서는 도발 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중국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돕지 않으면 중국을 배제한 독자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점을 공언하고 있다.
특히 12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는 미군의 막강한 군사력을 강조함으로써 필요할 경우 대북 군사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며 대북 압박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에 전운을 최고 수준으로 고조시킴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막고 중국을 움직이게 하려는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의 2014년 이라크 모술 폭격 결정 과정을 비판하면서 "난 오바마와는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는) 넉 달 동안 모술을 치겠다고 말해서 그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줬고, 그들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며 "모술은 일주일이면 될 일인데 수개월 동안 싸웠고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 문제에 대해 "우리는 매우 강한 함대(칼빈슨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항공모함보다 강한, 매우 강력한 잠수함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구에서 최강의 군대를 갖췄다"며 "그(김정은)는 잘못하고 있다.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북한이 태양절(15일·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고조되자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주변 해역에 급파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만약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모술 폭격 계획을 미리 알리고 머뭇거린 것과 달리 자신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예고 없이 속전속결로 군사행동까지 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발신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전날 밝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한다'는 원칙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시리아 (미사일 공격)에서 보여줬듯이 기꺼이 행동에 나설 때는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단호하게, 그리고 비례적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맞서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주목되는 '비례적 대응'에는 경제·외교 등 비군사적 수단뿐 아니라 군사행동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직접적인 '김정은 압박'은 당장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효과와 더불어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거듭 압박하는 다중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만약 중국이 (미국을) 돕지 않으면 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경고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미국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일단 트럼프 정부가 직접적인 군사행동보다는 중국의 태도 변화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을 선제공격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는 게 국방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대니얼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 소속 밴 잭슨의 말을 인용해 "(칼빈슨) 항모전단 이동이 북한 타격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99%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군사옵션은 장기 검토하는 내용의 대북정책 접근법을 승인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새 대북 접근법은 지난 6∼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앞두고 채택됐다고 WSJ은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 측이 강하게 반대하는 군사옵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뒷얘기를 소개하면서 "내가 꺼낸 첫 의제가 북한이었다. 중국은 (북·중)무역 때문에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다며 협력을 당부했지만, 시 주석은 북한과의 수천 년 역사를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더는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 시 주석과 훌륭한 회담을 했고, 우리는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다(We had a great chemistry)고 생각한다.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가 좋아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 주석에 대해 우호적 반응을 드러낸 것도 정상회담 테이블에 대북 군사옵션이 올라갔을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국을 향한 전방위 무역·통상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또 북한이 향후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이어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카드로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고위 외교관은 WP에 "당신들은 이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3개월이 걸리는 대통령을 가졌었다. 그리고 지금은 3초 만에 결정을 하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 이건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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