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재 미국의 각종 심리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달해 있다.
콘퍼런스 보드가 발표한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2000년 12월 이후 사상최고치인 125.6을 기록했고, 전미자영업연맹(NFIB) 소기업 경기낙관지수 역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다. 실물 지표인 '하드 데이터'가 심리지표인 '소프트 데이터'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 데이터'는 ISM 제조업지수나 소비자 신뢰지수 등 서베이 위주의 심리지수를 의미하고 '하드 데이터'는 산업생산, 소비, 고용 등 실물경제 지표로 심리 지표를 15∼30일 후행한다. 그런데 최근 두 데이터 간 괴리가 17년간 최고치인 2 표준편차 이상으로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소프트 데이터'는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등했으나 '하드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시정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국내총생산(GDP) 모델에서도 이런 괴리가 확인된다. 미 연준과 애틀랜타 연준 모델 간 1분기 GDP 예상치가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이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심리 지표의 개선이 경제 주체들의 실제 활동으로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즉, 소프트 데이터로 호전된 심리가 하드 데이터의 개선세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심리 지표에 내재한 낙관적인 성향이 비이성적 과열로 이어져 자산 가치평가를 기초여건에서 벗어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 5일 발표된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몇몇 위원들이 이례적으로 시장의 가치평가에 우려를 드러냈다. 경제 주체들이 낙관적인 성향을 상실하면 심리 지표가 하락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현시점에선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데이터 간 괴리가 깊어지면 기간 조정 양상이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현재 지표 간 괴리가 커진 데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는데, 공약을 이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 개혁, 인프라 투자,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 공약으로 미국 대통령직에 오른 만큼 당선을 기점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심리지수가 가파르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선 이후 나타난 시장 반응은 소프트 데이터가 주도한 만큼 정책 실망감으로 심리지수가 타격을 입으면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작성자: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seotaejong@truefriend.com)
※ 이 글은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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