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환율조작·나토·옐런·수출입은행 지원' 발언, 공약과 배치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과 다른 발언들을 쏟아내며 '정책 뒤집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하루에만 4개 정책을 뒤집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표변을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환율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수출입은행 등에서 기존과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중국이 몇 개월 동안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환율 조작으로 무역 이득을 얻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비난한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그는 백악관에 입성한 첫날 중국에 환율조작국이란 딱지를 붙이겠다는 약속도 한 바 있다.
옐런 의장의 거취를 놓고도 입장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녀를 좋아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옐런 의장을 재임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옐런 의장을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비판한 수출입은행의 역할도 치켜세웠다.
그는 미국 수출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 덕분에 "중소기업이 실제로 도움을 받는 것으로 판명 났다"고 강조했다.
대선 기간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맹공을 가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향한 불만도 누그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나토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 나토가 쓸모없다(obsolete)고 말했는데 이제는 더는 쓸모없지 않다"며 "나토는 변했고 이제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표심을 의식해 중국과 나토 등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백악관 입성 후 '현실정치'에 맞게 정책 노선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지금 지정하면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중국과의 대화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트럼프케어' 좌절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강공책 일변도로만 나가기엔 무리가 있음을 깨달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아슬아슬한 속도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서 트럼프케어까지 기존 관점을 바꿀 의지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정권 초반에 정책들이 잇따라 좌초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적'들을 끌어들여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직 수행에서 혼란이 생기자 트럼프가 과거 승리들과 오랜 적들을 불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주 거론하는 '적'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와 시리아 내전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응이 실패했다고 강조한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문한 샘 눈버그는 WP에 "대통령에게 최선의 전략은 허수아비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을 끌어들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진취적 접근을 했던 과거 대통령들의 전통을 깨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대통령학 전문가인 스티븐 헤스는 "대통령의 유산을 전임자와 적들과 비교해 규정할 것인가"라며 "대통령들은 앞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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