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국민투표 박빙예측 속 부동표 무려 10∼15%
서방언론 "에르도안 이슬람 권위주의 드라이브 마무리작업"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 국민투표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는 16일 예정된 개헌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뤄진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찬성이 53∼54%로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찬반 여론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국민 기본권이 제한되고 있어서 여론조사를 신뢰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 표출을 꺼리면서 국민투표 찬반 여론조사는 이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은 계획한 응답자 수를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2.5∼3배 많은 사람을 접촉해야 하는 실정이다.
부동층이 10∼15%에 이른다는 점도 변수다. 이는 결과를 뒤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숨은 반대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속에서 정권이 추진하는 개헌에 반대할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인해 개헌 찬성 측보다는 반대 측에서 본심을 숨기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이러한 견해가 맞다면,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55∼60%로 압도적으로 많이 나와도 놀라울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또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큰 만큼 터키 개헌안 국민투표에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같은 예기치 못한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헌안은 터키의 정치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꾸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29년까지 집권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 장관을 비롯한 공직자 임명, 일부 사안에 대한 사법부 권한 제한, 국가 원수와 집권당 대표 겸임 등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한을 손에 넣게 된다.
개헌 찬성파는 개헌이 이뤄지면 터키 정치체계가 미국처럼 더욱 효율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파는 대통령 중심 통치로 인해 정권 견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사설을 통해 "이번 대통령제 개헌은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터키의 이슬람화를 막는 보루이던 세속주의 기득권층을 제거하며 10년 전 시동을 건 권위주의 드라이브의 마무리 작업"이라고 해설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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