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437일만에…살인·사체은닉·아동학대 모두 유죄 인정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잔혹한 학대로 7살 신원영군을 숨지게 한 '평택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이기택 대법관)는 13일 살인·사체은닉·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돼 계모 김모(39)씨에게 징역 27년, 친부 신모(39)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영이가 사망한지 437일만이다.
계모 김씨는 전처의 아들인 원영이를 2년여간 키우며 상습적으로 학대했으며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망 시점까지는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난방되지 않는 3.3㎡ 크기 화장실에 팬티 바람으로 가뒀다.
그는 원영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려 할 때마다 주먹과 플라스틱 청소용 솔을 휘두르며 갈비뼈, 쇄골, 팔 등을 부러뜨렸다. 2016년 1월 말 부부싸움을 한 뒤엔 화풀이로 청소용 락스 2ℓ를 연거푸 원영이에게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혔다.
평소 아내의 학대를 묵인하던 아버지 신씨는 락스 기체를 흡입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원영이를 구호하는 대신 찬물을 끼얹고 화장실에 그대로 방치했다.
원영이는 가쁜 숨을 내쉬며 "엄마"라고 구조를 요청했지만 부부는 저녁 내내 방에서 족발을 먹으며 모바일 게임에만 열중했다.
원영이는 이튿날인 2월 1일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망 당시 또래 아이들보다 한참 작은 112.5㎝, 15.3㎏에 불과한 기아 상태였다.
부부는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신을 베란다에 10일간 방치했다가 같은 달 12일 경기도 평택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부모의 범행은 이들이 원영이의 초등학교 입학유예 신청을 내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입학유예 관련 심의를 앞두고 차일피일 학교 출석을 미루던 부부는 "아이가 없어졌다"는 변명을 늘어놨고 경찰 수사 끝에 끔찍한 학대 사실이 밝혀졌다.
1심은 "스스로 아무 방어능력이 없던 원영이는 친부조차도 외면하는 상황에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갔다"며 김씨에게 징역 20년, 신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정서적 학대 등까지 모두 유죄로 보고 김씨의 형량을 징역 27년, 신씨를 17년으로 높였다. 이들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날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원영이 사건은 연합뉴스 취재로 처음 알려지면서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학대를 의심한 아동 기관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등 원영이 가정에 개입하려 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대처가 이뤄지지 못한 구조적 문제점이 노출됐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크게 일자 정부는 장기결석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를 확대하고 피해 자녀가 부모의 친권 상실을 직접 요구하게끔 하는 등 학대를 막기 위한 대대적 제도 개선 작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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