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 中 대신 베트남에 몰리는 한국뷰티업계…"여기가 활로"

입력 2017-04-13 10:53   수정 2017-04-13 14:27

사드보복 中 대신 베트남에 몰리는 한국뷰티업계…"여기가 활로"

미용성형시장 진출 잰걸음…"외모 중시 젊은층, 고소득자 수요 급증"

경기도·킨텍스, 4월 말 中 뷰티박람회 취소…6월 베트남 행사 확대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 여성 부 타인 뀐(25)은 2년 6개월 전 한국에서 성형 수술을 받고 베트남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외모 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변신의 기회를 주는 베트남 국영방송 VTV의 프로그램 '체인지 라이프'에 출연한 덕분이었다. 그녀는 "한국 의료기술의 수준이 높고 안전하다"며 수술 결과에 만족해했다.

K팝으로 대표되는 베트남의 한류 바람에 미용성형 분야가 가세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 젊은 소비층의 외모 관심 등에 힘입어 미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그만큼 수요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코너에 몰린 한국 관련 업체들이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작년 7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피부성형외과를 문 연 황기선(53) 원장은 13일 "베트남 인구의 70%가 30세 이하로 잠재 고객이 많다"며 "베트남의 의료수준을 고려할 때 한국 의료진에 대한 선호도와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고객의 90%가 베트남인으로, 40∼50대 여성이 많고 정관계 고위층이 찾는 경우도 있다"며 "수익성은 한국의 갑절"이라고 전했다. 피부 주름을 없애는 보톡스나 리프팅 시술, 미백 치료가 인기를 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의사들이 직접 베트남에 진출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현지 의료 면허를 취득하는 데 6개월∼1년이 걸리고 복잡한 행정절차 등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 정식 면허를 받은 한국 의사는 3∼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는 많고 공급이 부족하자 면허 없이 베트남 현지 병원에서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하는 '보따리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대신 한국으로 의료관광을 유치하는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 하노이에서 열린 '2017 한국문화관광대전'의 하나로 설치된 한국의료관광 부스에는 현지인들이 몰려 큰 관심을 보였다.

이 행사에 참가한 바노바기성형외과의 조양제 국제사업팀장은 "한국 성형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유치도 반 토막 나 베트남인과 태국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인 환자 유치 규모를 월 10명에서 20∼3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이 병원의 구상이다. 한국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부유층으로, 대략 1인당 500만∼1천만 원을 쓴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의 박승우 영사는 "최근 들어 한국에서 성형하기 위해 30일짜리 의료관광비자(C-33)를 신청하는 베트남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킨텍스는 오는 6월 15∼17일 베트남 남부 최대도시 호찌민에서 화장품과 헤어케어, 미용도구, 성형기술 등 한국의 미용산업 마케팅을 위한 박람회 'K 뷰티 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19∼21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한국 뷰티 박람회를 먼저 열 계획이었으나 중국 사드보복 여파로 취소하고 대신 베트남 행사에 참가하는 한국 기업을 80개에서 100개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킨텍스의 한 관계자는 "중국 행사가 취소되면서 베트남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간 6%대의 경제 성장을 구가하는 베트남은 2015년 한국화장품 수입액이 5천만 달러(569억 원)를 돌파하며 한국의 8위 화장품 수출시장으로 자리 잡는 등 미용시장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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