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30곳 중 23곳서 후보 내 12곳 승리…TK 완패로 바른정당은 궁지
민주당은 호남시장·PK 선전에, 국민의당은 호남 승리에 각각 의미부여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치러진 4·12 재보궐선거에서 4당의 희비와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번 재보선은 규모가 크지 않아 대선 판도의 가늠자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선거구가 전국에 고루 분포된 만큼 각 지역의 민심을 엿볼 기회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가장 고무된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유일한 국회의원 선거구(경상북도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압승한 것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경기도 포천시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 후보를 낸 23곳 가운데 12곳에서 이겼다.
한국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뒤로 저조한 여론조사 지지율에 허덕여 온 만큼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에 반색하는 모습이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3일 페이스북에 "한국당의 완벽한 부활을 국민께서 해 주신 것"이라며 "이 기세를 몰아 5·9 '안보 대선'에서 반드시 필승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적었다.
정우택 상임 중앙선거대책위원장도 "홍 후보를 중심으로 범우파 세력이 다시 한 번 결집하는 모습"이라며 이는 언론 보도와 여론조사가 편향됐다는 한국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역설했다.
한국당은 특히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을 석권한 점에 주목했다. 6개 선거구를 모두 차지하며 이 지역에서 '보수 적자' 경쟁을 벌이는 바른정당을 완벽히 제압했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명(明)은 바른정당의 암(暗)과 동전 앞뒷면이 됐다. 기초의원 2곳(경남 창녕, 충남 천안)에서만 이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바른정당은 창당 79일 만에 선거를 치러진 점을 나름대로의 '핑곗거리'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낸 국회의원 후보는 4위에 그치며 친박(친박근혜) 핵심 김재원 당선자에 완패한 것은 정치적 타격이 매우 크다. 애초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지만 TK에서, 그것도 친박에 무릎을 꿇었다는 게 뼈아프다.
특히 유승민 후보가 대부분의 지역 일정을 TK 지원 유세로 잡는 등 잔뜩 공을 들였지만, 아직 '배신자 프레임'을 떨쳐내지 못한 셈이다.
"씨앗을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입장에서 희망의 새싹을 확인했다"는 공식 논평과 달리, 당 내부에선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고 있다.
당의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한동안 잠잠하던 연대론이나 후보 단일화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유 후보가 이달 말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한국당에 비해선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각자 영·호남과 수도권의 전략적 지역에서 나름의 수확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두 당은 이번 재보선으로 민심의 지지를 확인했다면서 각자에게 유리한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한국당의 승리 지역은 대부분 보수 성향이 짙은 '집토끼'였다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민주당은 수도권 여론이 반영된 하남시장 선거에서 이겼다는 점과 부산·경남(PK) 지역에서 11곳의 광역·기초의원 가운데 5곳을 확보하는 등 선전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은 선거 결과였고, 촛불 민심이 반영된 선거 결과"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텃밭'인 호남에서 5곳의 광역·기초의원 가운데 1곳만 가져가 국민의당(3곳 승리)에 밀렸다는 점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양강 구도가 형성된 문재인 후보 측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나타난 호남 지역의 우위를 재확인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 관계자는 "호남에서 압승이라고까지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자리를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며 "준비가 미비했던 하남시장 선거에서도 30% 가까이 얻은 것은 수도권에서 '안철수 바람'이 분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안 후보 상승세의 동력이 된 TK 지역을 한국당이 싹쓸이한 것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보수표심'이 막판에 한국당 홍 후보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보수 강세 지역이기도 하지만, 탄핵 정국에도 소위 '샤이(shy) 자유한국당'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며 "이번 대선에서 전략적 선택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 TK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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