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얼굴 먹칠한 주마 쫓겨나나…야 7개당 "하야하라" 단결

입력 2017-04-13 11:48  

만델라 얼굴 먹칠한 주마 쫓겨나나…야 7개당 "하야하라" 단결

수만명 전국시위 '들불'…여야 합심한 불신임 비밀투표 성사될까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갖은 비리 추문과 전횡 논란에 휘말린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남아공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한 데 이어 정치권까지 단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열린 반정부 시위에는 남아공 7개 야당이 모두 동참해 주마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남아공 야당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은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사상 최초로 열린 민주선거에서 1994년 집권한 뒤 처음이라고 FT는 보도했다.

주마 대통령은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재무장관을 최근 경질한 뒤 여당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시위에 동참했던 줄리어스 말레마 좌파신당 경제자유투사당(EFF) 대표는 "모든 정당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함께 모였다"며 "주마 대통령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자들은 이날이 주마 대통령의 75세 생일이라는 점을 노려 그의 모형을 관에 넣고 태우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등 정권에 대한 반감을 격렬하게 드러냈다.

앞서 지난 7일에도 시민 수만 명이 프리토리아 포함한 남아공 주요 도시에서 주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지난 2009년 집권한 주마 대통령은 지난해 인도계 유력 재벌가인 굽타 일가가 연루된 부팬 스캔들이 불거진 뒤 연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그는 사저 수리 비용에 국고 2억1천590만 랜드(약 182억원)을 쏟아부어 헌법재판소로부터 비용 일부를 반환하라는 선고를 받기도 했다.

야당들은 주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 발의가 여당의 반대로 좌절되자 전면 투쟁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주마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기습적으로 내각 개편을 단행해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을 경질했다.

부패 척결을 외치며 주마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던 고단 장관의 후임에 주마 대통령의 측근인 말루시 기가바 전 내무장관이 임명되자 여당 ANC도 실망했다.

내각 개편 후 정정불안 우려 때문에 랜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남아공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주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추진되고 있다.

야당들은 투표를 다음 주까지 보류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다음 주에 이번 투표를 비밀투표를 부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야당들은 이번 투표가 비밀투표로 진행돼 주마에 불만을 품은 여당 의원들이 당의 방침에 반해 표를 던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FT는 주마 대통령이 수많은 정치 스캔들에서 살아남은 '교활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쉽게 물러나질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가 집권하는 동안 전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쌓은 명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1994년 인권운동가 만델라가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흑백 인종분리정책) 장벽을 무너뜨리고 대통령에 당선돼 새로운 국가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타보 음베키에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주마는 만델라의 정당인 ANC의 지휘봉을 잡고 만델라의 얼굴에 먹칠했다.

취임 전부터 무기 사업권을 둘러싸고 뇌물수수 의혹에 휘말리고 친구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의혹까지 사는 등 자질 논란을 빚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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