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불러 성대한 준공식…김정은 직접 테이프 커팅, 당정군 간부 다수 출동
"핵폭탄 몇백 발보다 무서운 철퇴"…태양절 앞두고 제재무용론 선전 '빅이벤트'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1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 조성한 호화 신시가지인 여명거리의 준공식을 열고 완공을 공식 선포했다.
김일성 주석의 105돌 생일(15일·태양절)을 앞두고 성대하게 열린 준공식에는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평양에 초청한 외국 언론들도 불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무용하다는 것을 선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대규모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여명거리 준공식 녹화 실황을 같은 날 오후 방영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준공식은 이날 오전 10시 30분(평양시간 오전 10시)부터 열렸다.
검은색 리무진 차량을 타고 행사장에 도착한 김정은은 직접 준공 테이프를 커팅해 여명거리의 완공을 알렸다.
김정은은 별도의 연설이나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단상에 서서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흡족한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등 기쁨을 드러냈다.
연설을 맡은 박봉주 총리는 여명거리 완공이 "태양절을 더욱 환희롭게 장식하는 경축의 축포성"이라며 "위대한 김정은 시대의 상징"이자 "사회주의 문명이 응축된 이상거리"라고 말했다.
특히 박봉주는 "여명거리 건설은…(중략)…사회주의 조선의 무한대한 발전 잠재력을 온 세상에 힘있게 과시하고 원수들의 정수리에 몇백 발의 핵폭탄을 터뜨린 것보다 더 무서운 철퇴를 안긴 역사에 길이 빛날 승리"라고 강조했다.
단상에는 이외에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김기남·최태복·오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 다수의 당·정·군 최고위 간부들과 김정은의 '건축 브레인'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등이 올랐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정은을 밀착 수행하며 꽃다발을 넘겨받고, 경호 책임자로 보이는 군인과 단상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는 등 '의전'과 '경호'를 모두 챙기는 모습이 중앙TV와 외신 영상에 포착됐다.
준공식에는 여명거리 건설에 참가한 군대·사회의 일꾼들과 돌격대원들, 평양 시내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북한 주재 외교사절과 태양절을 맞아 방북한 외국 손님들도 참석했다고 중앙TV는 전했다.
북한은 태양절을 앞두고 평양에 초청한 외신기자들에게 이날 '빅 이벤트'(big event)를 예고한 뒤 새벽 시간대에 소집, 여명거리 준공식장으로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외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근거리 촬영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은 정권이 외신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준공식을 열어 전 세계에 여명거리를 홍보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대북제재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반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의 지시로 지난해 4월 착공한 여명거리는 평양 금수산태양궁전과 용흥네거리 사이에 조성된 신시가지다. 최고 70층 아파트를 비롯한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며 다양한 상업시설을 갖춘 '녹색형' 거리라고 북한은 선전해 왔다.
북한은 여명거리를 태양절까지 무조건 완공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막바지 공사를 초고속으로 진행한 끝에 1년 만에 전체 공사를 마쳤다.
이날 준공식 현장을 취재한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의 조너선 카이먼 베이징 지국장은 "거리가 인상적이었다. 수십 동의 건물이 모두 매우 현대적"이라면서도 "수천 명의 북한 군인을 봤는데 대부분 심각한 발육부진 상태였다. 평양 밖에는 영양실조가 광범위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날 준공식 취재 이후 최근 새로 준공된 고아 교육시설인 평양초등학원으로 외신기자들을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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