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교수진 "해당 행사 폐지…부당한 단체문화 근절할 것"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국내 대표 예술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신입생 환영 자리에서 알몸 장기자랑과 음주 강요 등의 구태가 반복됐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나무숲'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전통예술원 내 '남자 상견례'와 '신입생 환영회' 행사 등에서 성희롱과 음주 강요 등 부당한 단체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내부 고발과 자성의 목소리가 줄 잇고 있다.
'남자 상견례' 행사는 전통예술원 내 음악과 남학생들 간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로, 1998년 전통예술원 개원 초기부터 매년 치러져왔다.
익명으로 지난 10일 글을 올린 A씨는 "'남자 상견례'는 선배를 웃겨야 하는 신입생들의 광대놀음으로 변질됐다"며 "선배를 웃기지 못하면 옷을 하나씩 벗는 성희롱까지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후배들은 굉장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만, 신입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전혀 표출할 수 없기 때문에 묵묵히 당할 수밖에 없다"며 "아직도 전통이랍시고 유지되는 이런 활동은 사실상 인권유린"이라고 꼬집었다.
전통예술원을 다녔다며 또 다른 익명의 글을 올린 B씨도 "준비한 장기자랑으로 선배를 웃기지 못할 경우 옷가지를 벗고 다시 장기자랑을 해야 한다"며 "이 장기자랑은 팬티만 남을 때까지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C씨는 "신입생 환영회 문제도 공론화돼야 한다"며 "신입생들을 줄줄이 술집 의자 위로 일으켜 세워 릴레이식으로 자기소개와 소주 한 병 원샷을 시키는데, 개개인의 주량과 의사에 상관없이 원샷을 강요하는 건 명백한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심지어 환영회 비용은 신입생에게 부담시키고, 모자란 돈을 선배들이 지불하는 식으로 진행한다"며 "그 일을 방관한 부끄러운 기억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제는 이러한 악습이 공론화돼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댓글 등을 통해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전통예술원 학생회는 '남자 상견례' 행사를 폐지하고 매 학기 성폭력 및 성희롱 예방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생회는 "전통예술원 내 잔재하는 부당한 단체문화 근절과 고질적인 선후배 내 수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학생회는 이는 전통예술원 전체 학과의 문제가 아닌, 일부 음악과와 한국음악작곡과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진도 이날 내부 통신망에 올린 입장 발표문을 통해 "당혹감과 자괴심을 감추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공론화되고서야 수습하게 된 점에 대해 모든 교수진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재발방지와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 마련으로 학교 명예 회복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예종은 1993년 전문 예술인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 교육기관으로, 예술사(대학)와 예술전문사(대학원)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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