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도 화학무기 사용안해" 백악관 대변인 발언 이어 뭇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히틀러도 화학무기는 사용하지 않았다", "링컨은 히틀러와 같은 폭군이다" 등 미국 보수진영의 잇따른 막말이 미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 일간지 셜롯 옵서버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노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원인 래리 피트먼은 1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발의한 '동성결혼 금지 법안'을 옹호하면서, "링컨은 히틀러와 같은 폭군이며, 미국인 8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불필요하고 위헌적인 전쟁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트먼은 2015년 연방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이 주의 고요한 권한을 침해했다면서, 대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동성 결혼을 금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피트먼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어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말하거나, 산아 제한에 의한 가족계획을 '청부살인'이라고 비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더구나 이번 발언은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아돌프 히틀러조차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정도로 타락하지 않았다"는 발언에 뒤이은 것이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자국민에게 사린가스를 사용한 것을 두고 "히틀러만큼 비열한 이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해 비판을 샀다.
당장 미 언론에서는 "터무니없는 히틀러 비유를 이틀새 두 가지나 접하게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피트먼의 발언이 알려지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민주당 의장인 굿 웨인은 "피트먼과 그의 극우파 동료들은 품위와 수치심도 없고, 역사적 사실에 무지하다"면서 "노스캐롤라이나 주 공화당 지도부는 이 충격적이고 역겨운 발언을 즉시 규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원들이 히틀러를 마구 인용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링컨을 히틀러와 비교하다니"라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먼의 발언이 터무니없지만, 이는 남북전쟁을 '북부의 침략 전쟁'이라고 부르는 '딥 사우스'(Deep South) 일부 주민의 내심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딥 사우스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핵심을 이뤘던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등으로, 인종 ·성 차별적 정서가 강하게 남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지난해 주내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성(性)소수자 차별 금지 조례 제정을 막는, 이른바 '성(性)소수자 차별 화장실법'을 제정해 미 전역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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