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거리 준공식 참석…"간부 수시로 처벌 등 권력남용"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지성림 기자 = 13일 해외 매체에 보도된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인물은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다.
일본 NHK 방송 등의 화면에 잡힌 김여정은 검은색 투피스 치마 정장 차림에 머리를 빗어 올린 모습으로 중장(별 2개) 계급의 군인과 대화를 나누며 나란히 걷고 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군인은 2012년 권좌에 오른 김정은을 5년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밀착 경호했다.
김여정은 김정은보다 3살 어린 1987년생(미국 정부는 1989년생으로 파악)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부인인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용희(2004년 사망)에게서 태어났다.
김여정이 북한 매체에서 처음 호명된 것은 지난 2014년 3월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기간이었다.
이후 북한 매체는 2015년 1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라는 김여정의 공식직함을 처음 공개했고, 이후 김여정은 김정은이 참석하는 중요 행사에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여정은 지난해 5월 36년 만에 개최된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 이전까지 김정은의 현지시찰 때 주변을 맴돌며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던 김여정은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김정은 곁에서 축하 꽃다발을 직접 받아 챙겨주는 등 의전을 직접 주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여정은 이후 김 씨 일가를 뜻하는 '백두혈통'의 일원이자 김정은의 유일한 동생으로서 점차 북한의 실세로 발돋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김여정이 행사를 점검하러 돌아다녀도 고위 간부들이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김여정이 나타나면 전부 다 기립한다"고 전했다.
김여정의 높아진 위세는 이번 여명거리 준공식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김정은의 경호 책임자로 보이는 중장 계급의 군인과 행사장 쪽으로 나란히 걸어오던 김여정은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뒤 뭔가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주로 의전을 담당하던 김여정의 영향력이 경호 분야까지 확대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이 최근 간부의 사소한 실수도 수시로 처벌하는 등 권력남용 행태를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여정의 직함은 선전선동부 부부장이지만 '로열패밀리'로서 그런 직함 이상의 권한을 가진다"며 "과거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가 큰 영향력을 가졌던 것처럼 김여정도 요즘 실권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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