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8천667채 완전 파괴…도로·철도 인프라 복구 '난항'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주택 8천667채를 무너트리고 225명을 숨지게 한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이 14일로 발생 1년째를 맞는다.
지진 후 1년이 지났지만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대지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민들을 수용할 가설주택은 아직 덜 갖춰졌고, 주요 도로와 철도는 복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1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구마모토에서는 작년 4월14일 밤 규모 6.5의 지진에 이어 이틀 뒤인 16일 새벽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하며 모두 8천667채의 주택이 완전 파괴됐다.
주택 피해는 마시미마치(益城町) 지역에서 특히 많아 이곳에서만 3천 채의 주택이 무너져내렸다.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에서는 대규모 토사 붕괴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진은 적지 않은 사람들의 목숨을 직접 빼앗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지진 후 고된 피난 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NHK에 따르면 구마모토 지역만 따져보면 구마모토 지진이 원인이 돼 사망한 주민은 222명이었다. 이 중 50명은 지진 당시 건물 붕괴 등으로 숨졌다. 그러나 75.2%에 해당하는 167명은 지진 당시 살아남았지만 피난 생활 중 세상을 떠난 2차 피해 사망자다.
2차 피해 사망자 중 71명의 사망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지진의 직접 피해를 받아 숨진 사람들보다 지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에 달한다.
2차 피해 사망자들 중에서는 지진 후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경우도 있었고, 지진으로 입은 부상이 악화해 숨진 사례도 있었다.
지진 후 주차장의 좁은 차 안에서 대피 생활을 하던 50대 여성은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숨졌고, 지진의 충격으로 우울증에 걸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성도 있었다.
구마모토 지진으로 가장 많을 때는 18만4천명이 피난소 생활을 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이재민이 피난소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가설주택은 완전히 파괴된 주택 수의 절반 수준인 4천303채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안정된 보금자리를 갖지 못한 채 친지의 집을 전전하고 있거나 스스로 돈을 들여 주택을 다시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인프라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불통' 상태인 도로는 적지 않다. 토사 붕괴로 손상된 국도 57호선과 아소(阿蘇)대교, JR호히센(豊肥線) 등은 아직 복구가 덜 됐다.
지진으로 성벽 곳곳이 무너진 구마모토성은 이제 복구공사를 막 시작한 상황이다. 완전 복원까지는 2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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