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세월호 참사 후 지난 3년은 인고의 세월이었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차가운 바닷속 피붙이를 그리며 고통받았고, 인양 작업자들은 국내에서 가장 큰 여객선(6천825t급)을 통째로 육지로 끌어올리고자 계속 도전해야 했다.
참사 1천91일만인 지난 1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 철재부두 위에 안착했다.
길이 145m, 폭 22m의 세월호는 진도 앞 맹골수도에 침몰한 모습처럼 왼쪽 면을 부두 바닥에, 오른쪽 면이 하늘을 향하게 옆으로 누워있다.
세월호는 지난 2014년 4월 15일 밤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다 다음날인 16일 오전 8시 50분께 맹골수도에서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18일 오전 11시 50분 선수 부분까지 물에 잠겨 완전히 침몰했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하곤 자신들만 목포해경 123정을 타고 떠났다. 그사이 배가 옆으로 기울면서 침몰해 출입구에 닿을 수 없었던 승객들은 탈출기회를 영원히 잃었다.
승선자는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일반승객 104명 등 총 476명이었다. 172명이 구조됐고 295명이 사망했다. 찾아야 할 사람은 9명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는 우리나라에서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거센 지점이라 잠수사 등 구조인력 수백 명이 모여도 정작 수중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은 극소수였다.
마지막으로 수중에서 수습된 희생자는 단원고 여학생 황지현 양이었다.
참사 197일만인 2014년 10월 28일 세월호 선내 4층 중앙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됐으나 유속 때문에 수습에 어려움을 겪다 다음날 뭍으로 올려져 신원이 확인됐다. 그날은 황양의 18번째 생일이었다.
실종자 수색은 209일만인 2014년 11월 11일 중단됐고, 정부는 선체인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수부는 넉 달여 동안 기술검토 끝에 2015년 4월 10일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통째로 인양하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같은달 22일 세월호 인양 결정을 내렸다.
국제입찰을 통해 인양업체로 선정된 상하이샐비지는 2015년 8월 7일 작업에 착수했다.
상하이샐비지는 중국 교통운수부 소속 국유기업으로, 2015년 양쯔 강에서 가라앉은 중국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를 인양하는 등 약 1천900건의 선박구조 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경력이 많은 중국 잠수사들도 맹골수도의 수심에 따라 돌변하는 조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하이샐비지는 대형 바지선을 세월호 침몰지점에 묶어두고 그곳에서 잠수사 50∼100명이 숙식을 해결하며 조류가 약해질 때마다 수중작업을 하게 했다.
당초 계획했던 인양완료 시점은 2016년 6월 말.
하지만 수중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고, 세월호 화물칸 C·D데크의 기름제거, 특히 세월호 선미부분 해저면을 굴착해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두 번의 겨울을 넘긴 끝에 지난달 소조기인 22일 세월호를 수중에서 1m 들어 올리는 시험인양이 시도됐고, 같은 날 곧바로 본 인양에 돌입했다.
세월호는 침몰 1천72일만인 지난달 23일 새벽 수면 위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이틀 뒤인 25일 반잠수식 선박의 부양으로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해수부는 이후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단단히 묶고 준비작업을 거쳐 3월 31일 목포신항으로 가져왔다.
그리고서 세월호를 특수이송장비 모듈트랜스포터(MT)로 들어 올려 반잠수식 선박에서 부두 위로 이송하는 작전이 펼쳐졌다.
해수부는 당초 세월호 무게를 1만3천t 안팎으로 추정해 MT 456축을 준비했다. 하지만 선체 내부에 물이 아닌 펄이 들어찬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게 추정치가 1만3천462t, 1만4천592t, 1만6천t으로 늘더니 최종적으로는 1만7천t 안팎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무게를 줄여보고자 왼쪽 면에 구멍도 뚫고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해수부는 MT를 600축으로 늘려 지난 9일 세월호를 육상으로 이송하는데 성공했다.
원래는 세월호를 부두 끝에 바다와 평행하게 거치하려 했지만, 선체에 추가로 변형이 온 것을 발견하고 바다와 수직으로 부두에 올려진 위치 그대로 거치하기로 했다. 더 움직이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해수부는 지난 11일 세월호 밑에 받침대를 설치하고, MT를 모두 빼내는 것으로 세월호 육상거치를 끝냈다.
세월호 참사 1천91일 만에 인양작업이 모두 완료된 것이다. 인양작업에 착수한 지는 613일만의 일이다.
목포신항에 거치 된 세월호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큰 배가 침몰하도록 왜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을까'라는 안타까움·분노·미안함과 '이제 미수습자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교차한다.
해수부와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선체정리업체인 코리아쌀베지는 주말까지 구체적 수색계획을 마련해 다음 주 초 수색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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