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고 부식된 선체, 내부도 뭉개져…세척·안전 검사 후 선내 수색 시작
(목포=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바닷속에서 3년 만에 돌아온 세월호는 예전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만큼 처참한 모습으로 육지에 올랐다.
침몰 전 세월호는 20년 된 노후선박이었던 사실을 숨기려는 듯 흰색과 녹색, 파란색 페인트칠이 번듯하게 돼 있었다.
갑판에는 짙은 녹색, 난간과 유리창 주변에는 흰색, 물에 잠기는 선박 하단부에는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지만 3년 만에 바닷속에서 끌어올린 세월호는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옆으로 힘없이 누운 세월호는 선체 바닥의 파란색만 희미하게 남아 마치 파도에 떠밀려 온 거대한 고래의 사체를 떠올리게 했다.
세월호는 지난달 23일 침몰 후 처음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뒤 지난달 31일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물 밖으로 갓 올라왔을 때 띠던 짙은 적갈색 빛깔은 선체 표면에 다닥다닥 붙었던 진흙과 따개비 등이 햇볕에 자연스레 떨어지면서 지금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선체 표면에 붙은 진흙과 해조류가 바싹 말라 전체적으로 회색이 감돌았고 긁히거나 찌그러진 곳곳에는 붉은 녹이 스며 생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뾰족한 선수 아랫부분은 인양 과정에서 밧줄 등에 긁힌 듯한 자국이 선명했고 부식된 철판 일부가 갈라지거나 뜯겨나간 곳도 있었다.
침몰하면서 해저와 닿았던 선미 부분은 위아래층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제 난간 등이 엿가락처럼 뭉개져 있었고 꼬리 부분만 다른 칠을 해놓은 듯 앞쪽보다 붉은 녹도 더 심했다.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세월호는 육안으로도 배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기울기가 서로 다름이 구분될 정도로 뒤틀린 상태다.
데크(난간)가 있는 선수 쪽이 부두 바닥 쪽으로 덜 기울었고 다인실 등 객실이 밀집하고 하층부 증·개축이 이뤄졌던 선미 쪽은 더 많이 기울어 있다.
일부분만 들어가 본 세월호 내부 상태도 심각했다.
옆으로 누워 있다 보니 단단한 쇠벽을 제외한 샌드위치 패널 벽 등은 대부분 아래로 주저앉았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곳도 있었다.
이달 초 사전 조사를 위해 세월호 좌현 4층 A 데크 사이 창문을 통해 선내로 진입했던 작업자들은 발을 내디딜 곳이 없거나 불규칙하게 무너진 곳이 많아 26m 지점까지밖에 진입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 작업에 들어가기 전 선체의 부식 속도를 늦추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표면 세척과 방역, 안전 검사 등을 시작했다.
현재 고압 세척기로 세월호 표면에 붙은 염분과 녹, 조개류, 진흙, 기름 등을 씻어내는 외부 세척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고층건물 화재 진화 시 소방관들이 사다리차 위 바스켓에서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고가 사다리차 6대를 동원해 작업자들이 직접 물을 분사한다.
이 과정에서 굳었던 진흙 등이 떨어져 나가며 세월호 갑판의 원래 색깔인 짙은 녹색과 흰색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외부 세척이 끝나면 방역전문업체를 동원해 선체 창문이나 출입구 또는 구멍이 난 부분에 휴대용 연무소독장비를 투입, 선체 내부 방역 작업을 한다.
이어 세월호 선체에 올라가게 될 작업자들이 붙잡고 이동할 수 있는 안전난간 설치와 선체 위해도 및 안전도 검사 등을 마치게 되면 미수습자 수습을 위한 선내 수색을 시작할 예정이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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