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7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 B조 남한과 북한의 경기에서는 전반 초반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이 "지지 말자"고 외치자 북한 선수들이 "죽고 나오자"며 맞받아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진 상황이었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매서운 공세를 편 북한에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맏언니' 김정미가 상대 키커 위정심의 슈팅을 막아냈다.
이 과정에서 김정미가 공을 잡으려 하자 북한 선수가 넘어져 있는 김정미의 얼굴을 향해 태클하려 했다.
옆에서 이를 목격한 수비수 임선주(인천현대제철)가 북한 선수와 맞섰고,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한동안 몸싸움이 이어졌다.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표팀 가운데서도 임선주는 이 '일촉즉발'의 상황 때문에 취재진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임선주는 당시를 되돌아보며 "우리 선수를 다치게 하니까 그냥 화가 났고, 저도 모르게 달려들어 기 싸움을 했다"면서 "나중에 북한 선임 선수들도 모두 나왔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많이 과열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선수들끼리 "건들면 당하지 말고 똑같이 하자"고 각오를 다졌고 거친 플레이에 지지 않고 맞섰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상황이었다.
임선주는 "처음에는 (북한 응원이) 무서울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관중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더 뭉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임선주는 그러나 "평소에는 별로 싸우지 않는다. 사람들도 저의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고 했다"면서 "원래는 평화주의자다. 싫은 소리를 안하는 스타일이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원래 경기장에서 파워풀하기는 하다"며 선수로서의 근성을 보였다.
북한전이 끝난 후 눈물을 보였던 임선주는 "3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때 실책을 범해 힘들었는데 꼭 복수하고 싶었다"면서 "그때는 슬픔의 눈물이었다면 이번에는 해냈다는 시원한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캡틴' 조소현도 "북한 선수와 말이 통하다 보니 신경전이 더 치열했다"면서 "같은 언어 쓰는 게 신기했지만, 라이벌로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살벌할 수밖에 없었다. 치열하다보니 그런 충돌장면이 나왔다"면서 "서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상대 선수가 고의로 하는 게 보여서 지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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