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력시위' 아프간은 러·이란 세력확장 요충지

입력 2017-04-14 10:46   수정 2017-04-14 11:47

'트럼프 화력시위' 아프간은 러·이란 세력확장 요충지

미국 배제전략 뚫고 존재감 과시…열강각축 '제2의 시리아'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이 13일(현지시간) 가공할 무력시위를 벌인 아프가니스탄은 러시아와 이란이 세력을 급속히 확장한 지역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아프간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마찰을 이란과 러시아가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은 최근 미국의 정권교체 혼란을 틈타 미국을 배제하는 데 주력해왔다.

WP는 무장세력 탈레반이 세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명확한 아프간 정책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러시아가 반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아프간 전쟁을 둘러싼 역내 외교에서 미국을 배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오는 14일 아프간 문제를 놓고 이란, 파키스탄, 중국 측과 고위급 회담을 주최한다. 그러나 미국은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존 니콜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난 2월 상원에서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탈레반을 정당화하기 시작했다면서 아프간에서 이란과 러시아의 행위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기반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니콜슨은 또 러시아와 이란이 탈레반 지원 방안을 두고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몇 년 사이 더욱 적극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역시 아프간 서부 지역에서 탈레반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최근 아프간 의회는 이란과 러시아가 반군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근거지로 아프간을 지목하고 공습을 통해 알카에다를 지원해온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고 새 정부를 수립하게 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이후에도 아프간 정부군에 맞서 무장투쟁을 계속하면서 16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아프간 내전을 종결하고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임기 말에도 탈레반 세력이 거세자 철군을 보류하고 병력 8천400명을 잔류시켰다.

이란과 러시아는 아프간의 지정학적 가치에 눈독을 들이며 미군의 존재 자체를 위협으로 보고 있다.

아프간 카텝 대학의 모하마드 아크람 아레피 정치학 교수는 "이란은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두 군대는 결국 정면으로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란은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통해 역내에서의 세력을 회복하고 싶어한다"며 "미국이 아프간에 있으면, 이란이 원하는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아프간을 자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중앙아시아 세력권의 일부로 보며 탈레반이 IS를 견제할 효과적인 방어벽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핵폭탄을 제외한 무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GBU-43'을 투하했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붙은 가공할 무기가 아프간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는 사실 자체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처럼 아프간 내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한 번에 다시 전 세계에 각인시킨 이번 군사행동 때문에 우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세계열강이 서로 충돌해 대리전을 벌이는 상황이 불거져 아프간이 '제2의 시리아'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프간 관리들은 미국과 러시아, 이란 간의 관계가 아프간의 안정성을 결정지을 것이며, 이들 국가의 관계 악화는 아프간에는 위험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들어 지난 4일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이 때문에 시리아 정권의 후견자 격인 러시아, 이란과의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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