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탄소원자 6개로 구성된 정육각형 구조가 고리처럼 둥글게(環狀) 이어진 새로운 분자인 "카본 나노벨트(CNB)"를 일본 과학자들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CNB는 약 60년전 이론상의 신물질로 존재가 예언됐으나 그동안 누구도 만들지 못했던 "꿈의 분자"로 불린다. 학계는 CNB가 반도체와 발광재를 비롯, 가볍고 튼튼한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고야(名古屋)대학 이타미 겐이치로(伊丹健一?) 교수(합성화학)를 비롯한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CNB 합성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14일자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연구팀이 만든 CNB는 정육각형 구조 12개가 연결된 직경 100만분의 1㎜의 환상형이다. 학계는 그동안 띠 모양(帶狀)으로 연결된 정육각형을 둥글게 구부려 고리처럼 둥근 환상형으로 만드는 연구를 추진해 왔으나 육각형 구조를 비트는 것이 어려워 성공하지 못했었다. 뒤트는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나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육각형 구조가 만들어지기 전 단계에서 먼저 환상형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석유성분의 파라크실렌을 원료로 11단계의 화학반응을 거듭함으로써 뒤틀림이 생기지 않도록 개량해 탄소원자 48개, 수소원자 24개로 이뤄진 직경 0.83나노 m(나노는 10억분의 1)의 CNB 합성에 성공했다.
CNB에 탄소원자를 추가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원통(筒狀)형 모양의 분자인 "카본 나노튜브(CNT)"도 만들 수 있다. CNT는 원하는 모양으로 합성하기 어렵지만 여러 개의 CNB를 부품처럼 이어 붙이면 원하는 크기의 CNT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CNT는 여러 가지 응용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의 합성방법으로는 굵기가 균일하지 않고 성질도 제각각이다. CNB를 재료로 사용하면 굵기가 일정한 CNT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CNT는 높은 전도성과 강도가 장점이다. CNT를 활용하면 가벼우면서도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개발 외에 배터리와 태양전지의 효율화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타미 교수는 "인류가 손에 넣지 못했던 화학자들이 꿈꿔온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서 "연구자들이 앞으로 이 물질의 미지의 기능과 기술혁신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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