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그의 손가락이 표현하지 못할 인간의 감성은 없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의 피아노 세계를 이야기와 음악으로 전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호로비츠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피아노협주곡 3곡을 한 자리에서 들려주는 음악회 '호로비츠를 위하여'가 오는 6월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러시아-미국계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는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에게 무한한 찬사와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음악가다.
강렬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연주, 초인적인 기교와 테크닉, 특유의 반짝이는 음색, 강렬한 다이내믹(강약 대비)과 공격적인 표현 등으로 '피아노의 마법사'로도 불렸다.
독특하고 까다로운 취향으로도 유명하다.
손을 달걀을 쥔 것처럼 동그랗게 말지 않고 손가락을 쭉 편 채 연주하는 독특한 주법은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하다.
항상 일요일 오후 4시에만 연주회를 열고, 해외 연주회에는 자신의 그랜드 피아노를 비행기에 싣고 함께 움직였으며 전속 요리사도 대동시켰다.
그러나 그의 압도적이면서 광휘를 내뿜는 연주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러한 기행과 요구를 기꺼이 받들어줬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음악 칼럼니스트 김문경이 해설자로 무대에 올라 그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프로그램은 그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피아노협주곡 세 곡이다.
첫 곡으로 연주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는 호로비츠가 그의 아내 완다를 만나게 된 곡이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이자 완벽주의자였던 토스카니니는 1933년 '황제'를 협연한 호로비츠의 연주에 매료돼 그를 사위 삼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은 한 때 호로비츠의 주요 레퍼토리.
'피아니스트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난도가 높고 난해한 곡이지만, 라흐마니노프는 호로비츠의 연주에 대해 "내 피아노협주곡은 바로 이렇게 연주돼야 한다고 항상 꿈꿔왔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는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꾸며진다.
호로비츠의 1928년 미국 카네기홀에서의 센세이셔널한 데뷔 무대에서 연주된 곡이다.
그는 느린 템포로 이끄는 지휘자 토머스 비첨을 따돌리고 폭풍처럼 이 곡을 질주하며 뉴욕 평론가와 청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피아니스트 이대욱, 조재혁, 알렉산더 신추크가 각각 이 세 곡을 연주한다. 연주는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티켓 가격은 4만~8만원. ☎02-2658-3546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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