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놓고 자존심 싸움 양상도…설치·안전 규정 없어 법 정비 시급
(전국종합=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전국의 산과 강, 섬 등에 설치된 '출렁다리'가 관광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건설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저마다 '최장'(最長)을 내세우며 관광객 유치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특히 이들 지자체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뛰어도 안전하다며 '출렁다리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안전 규정은 없어 시급히 관련 법을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30∼50㎝ 높이로 '출렁' 관광객 유혹
경기 파주시는 지난해 9월 20일 감악산 계곡 사이 150m를 잇는 출렁다리를 건설했다. 산악다리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
감악산을 찾은 관광객은 출렁다리 개통 이후 지난 14일까지 무려 48만2천61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2천명 넘게 방문한 꼴이다.
출렁다리가 없을 때 하루 100명 안팎이 찾은 것과 비교하면 관광객이 20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16일 "30∼50㎝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다리를 지나면 하늘을 걷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며 "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도 출렁다리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경남 통영의 연대도와 만지도는 2013년 한해 관광객이 4만1천명이었으나 2014년 출렁다리가 설치된 뒤 10만3천명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행정자치부 선정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전남지역 여수 하화도, 곡성 대황강, 광양 망덕·천왕산, 경남 연화도, 욕지도, 사량도 등 전국 50여 곳에 설치된 크고 작은 출렁다리가 뜨거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 "우리가 가장 긴 출렁다리 조성"
출렁다리가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두다 보니 지자체마다 앞다퉈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더욱이 다른 지자체보다 조금이라도 더 길게 만들려는 추세다.
현재까지 국내 최장 출렁다리는 충남 청양군 천장호의 207m짜리다.
이에 경남 통영군은 연화도와 우도 사이에 230m짜리를 계획했고 경북 김천시는 부항댐에 256m짜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전북 순창군은 한발 더 나아가 채계산에 270m짜리 출렁다리를 설계했다.
황선봉 충남 예산군수는 올해 신년 인터뷰를 통해 예당호에 동양 최대 길이인 402m짜리 출렁다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강원 원주시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소금산에 200m짜리 출렁다리를 설치할 예정이다.
◇ 안전 관리·설치 기준 마련 시급
출렁다리는 조성비가 40억원 이하로 케이블카보다 적게 들고 환경 훼손 역시 적지만 관광객 유치에는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각 지자체는 "출렁다리 위에서 수백 명이 동시에 뛰어도 끄떡없다"며 안전을 홍보한다.
이처럼 각 지자체들이 안전 등을 내세워 출렁다리 건설과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출렁다리 설치와 관리에 관한 안전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교량과 비슷한 규모·형식을 갖췄지만 도로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관리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전남도는 지난해 도로법 적용을 받지 않는 출렁다리 같은 특수교량도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 시설에 포함하도록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16일 "출렁다리는 설치에 관한 규정이 없다 보니 도로법상 교량 기준에 준에 설계해 설치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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