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23만명 분석결과…"녹지공간 적으면 우울증상 위험 1.3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울증과 자살은 정신보건 측면에서 가장 심각한 인적,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61만3천명으로 전체 국민의 1.5%를 차지했다.
또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 이후로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자살이 노인과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 전체 국민의 사망원인 4위로 올라섰다. 하루 자살자 수는 약 40명으로, 이는 2015년 온 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총사망자 수 38명보다도 많다.
그런데 이런 우울증과 자살에 거주지역 주변의 녹지공간(공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15일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이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23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1인당 녹지공간이 적을수록 우울증상, 자살 생각, 자살 시도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공중보건 분야 국제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전국 200개 시·군·구 단위 행정구역별 1인당 녹지공간을 많고 적음에 따라 4개 그룹(33.31㎡ 이상, 22.41~33.3㎡, 14.90~22.4㎡, 14.9㎡ 미만)으로 나눴다. 조사 대상 전체로 보면 1인당 녹지공간 중앙값은 19.73㎡(약 6평)였다.
분석 결과 1인당 녹지가 가장 적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녹지가 가장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약 1.27배 높았다. 또 우울증 검사에서 실제 우울증으로 진단될 위험도는 1.2배였다.
같은 조건에서 자살 생각을 경험할 위험은 1.16배였고, 자살을 시도할 확률은 1.27배 높았다. 특히 우울 증상은 신체활동이 부족하고 녹지공간이 적을 경우 그 위험도가 1.29배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신체활동이 활발할 경우에는 녹지공간이 부족해도 우울 증상이나 우울증 위험도가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는 녹지공간 부족이 운동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고지혈증 위험이 최대 1.3배까지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우울증이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심리학적인 조건에 좌우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환경도 큰 영향을 준다는 증거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학계에서는 충분한 녹지공간이 주어지면 신체활동이 증가하고, 사회적인 접촉이 활발해짐으로써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현실을 볼 때 서민들이 충분한 녹지공간을 누리며 살기는 힘든 만큼 주변의 좁은 공원이라더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다소 멀더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 등을 찾아 산책을 즐기는 게 우울증 예방에 좋다고 권고한다.
민경복 교수는 "녹지공간이 부족한 지역의 거주자가 운동할 기회를 상대적으로 적게 가짐으로써 우울증상 경험의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라며 "하지만 녹지공간이 우울증과 자살 생각 및 시도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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