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경쟁 조장"…교육부에 '내년부터 불참' 통보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가 지난 10년간 전국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해 온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더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전국 단위 대회로 인해 학교 내 생활스포츠 활성화라는 학교스포츠클럽의 본래 취지가 과도한 경쟁 중심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이다.
1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 체육건강교육과는 지난 13일 교육부에 '2018학년도 경기도교육청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운영방향 알림' 공문을 보내 '2018년 전국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경기도교육청은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경기도 단위의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도 폐지하겠다고 알렸다.
학교스포츠클럽은 초·중·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정규 수업이나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배드민턴,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즐기도록 한 교육사업이다.
엘리트 체육을 지양하고 일반 학생들에게 체육 활동을 생활화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올해 경기도에서만 초중고 2천337곳 150만여명의 학생이 137개 종목의 스포츠클럽에 참여한다.
교육부는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2008년부터 종목별 시도 대표팀을 선발해 시합하는 전국대회를 10년째 시행하고 있다.
시행 초기엔 전국대회 출전 종목이 손으로 꼽힐 정도로 그 규모가 작았고 학교스포츠클럽 문화를 정착하자는 취지로 운영됐다.
그러나 출전 종목이 20여 종목으로 늘고, 점차 승패를 중요시해 학교, 지역 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또 11월경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할 도 대표팀을 뽑기 위해 시군별 지역 대회, 도 대회 등 토너먼트로 학교가 사실상 1년 내내 전국대회 준비에만 몰두하게 돼 정작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에는 소홀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학교스포츠클럽은 다수의 학생이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지만, 전국대회는 소수의 학생만 누리게 돼 스포츠클럽 본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작년 경기도 지역 대회에 참가한 학생은 10만2천여 명이었으나, 전국대회에 참가한 학생은 1천300여명에 불과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반 학생만 나가야 하는 전국대회에 체육 특기자를 몰래 출전시켰다가 적발되는 등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스포츠클럽대회가 어느새 체육 특기자가 참여하는 소년체전화 됐다"고 평가했다.
도교육청의 이러한 판단은 '학교 중심의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지원해달라'는 학교 현장의 요구가 배경에 깔려있다.
도교육청이 작년 1월 29일∼2월 29일(1차), 작년 12월 22일∼올해 1월 6일(2차) 두 차례에 걸쳐 도내 초중고 학생과 교사 각 2천761명, 3천685명을 대상으로 '가장 의미 있고 활성화되어야 하는 학교스포츠클럽대회는 무엇인가'를 물어본 결과 10명 중 9명꼴로 '전국대회'나 '도 대회'가 아닌 '교내 및 지역 대회'를 꼽았다.
이 밖에도 전국대회 참가를 위해 학생들이 학기 중 평일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해서 안전문제는 물론 수업결손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출전과 시상 내용은 교외 활동이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는 등 전국대회 불참에 따라 학생들이 입게 될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고 불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 외 일부 시·도교육청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을 교육부에 건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스포츠클럽은 원래 학생 체육 활성화가 목적이었다"며 "그런데 전국대회로 승패를 가르다 보니 학교 간 경쟁이 과열되고 페어플레이도 잘 안 돼 건전한 스포츠 문화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어 작년 교육부에 건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의 교육적 의미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관계자는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의 취지는 체육으로 시도 학생 간 교류를 하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것"이라며 "올해부터 전국대회 순위별 시상식 외에 페어플레이상, 우수 지도자상 등 순위 위주가 아닌 교육적 효과와 의미를 중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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