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 시간 '김일성 어린시절' 수업
매년 '태양절' 선물 보따리로 민심 잡기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5일 현재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축제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다.
이날은 김일성(1912~1994년) 주석의 105번째 생일로, '태양절'로 불리는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북한이 5년,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어지는 해'를 중시하기 때문에 105번째 생일인 이날은 특히 대대적인 축제가 열릴 예정인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조부의 생일을 기해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과 제재에도 북한 체제가 존속하는 배경에는 북한주민들이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접하는 '김일성 일가 우상화'가 있고, 그 정점에는 북한의 최대 명절이라는 '태양절'이 있다.
북한은 김일성의 50번째 생일인 1962년부터 이날을 기념했고, 1974년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으로 민족 최대의 명절로 못 박았다.
북한 주민들은 어렸을 때부터 '태양절'이 기다려지도록 길러진다.
한 탈북민은 1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김일성 생일을 며칠 앞두고 학교에서 사탕 등이 담긴 선물 보따리를 나눠준다"며 "김일성의 어린 시절 비범함을 교육받으면서 그런 선물까지 받으면 어린 마음에도 저절로 김일성을 존경하게 된다"고 말했다.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발간한 '2017 북한 이해'에 따르면 북한 소학교(초등학교)에서는 5년 내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 어린 시절'(김정일·김정은은 별개)을 일주일에 1시간씩 교육받는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우상화 교육은 주로 지도자에 관한 신화 배우기를 통해 이뤄진다"며 "여기서 신화란 비과학적이고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럴듯하게 가공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의 '북한 초등학교에서의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논문에는 북한 소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소개돼 있다.
다음은 그중 일부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6살 나시던 해 봄이었습니다. (중략) 동무들은 어린 나이에 우리글을 척척 읽고 쓰시는 대원수님을 무척 부러워하였습니다.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에게 우리글을 가르쳐주시었습니다. (중략) 그래서 봉화리 사람들은 대원수님을 '어린 김 선생'이라고 불렀습니다.'
김일성이 어린 시절부터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서옥식 초빙연구위원이 쓴 '북한 교과서 대해부' 책에 따르면 주민 교육용 교재에는 김일성이 항일 무장 투쟁 시절 모래로 쌀을,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었으며 축지법을 쓰는가 하면 가랑잎을 타고 큰 강을 건넜다는 황당한 얘기도 나온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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