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이행 '확약서' 놓고 막판 진통…이르면 주말 개최 유력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14일 대우조선해양[042660] 채무 재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투자위원회를 잠정 연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날 "만기 연장 회사채의 상환 이행 약속을 담은 문서(확약서) 초안을 산은 측에 전달했지만, 산은은 이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이행확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은 문서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산은 측의 입장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물리적으로 투자위원회를 오늘 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산은 실무진은 전날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의 전격 회동 직후부터 밤샘 협상을 한 데 이어 이날도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국민연금이 확약서 초안에 대한 산은 측 반응을 두고 추가 진의 파악과 내부 검토를 끝내야 양측의 실무협상은 마무리될 전망이다.
투자위는 이르면 이번 주말에 개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이 일종의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으로 갈지, 자율적 구조조정 방식으로 경영 정상화로 갈지는 주말까지 기다려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P플랜보다는 자율적 구조조정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산은 측과 실무협상을 통해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채무 재조정안 성사를 위해 쓰기로 한 확약서 초안을 전달했다.
확약서 초안에는 별도의 계좌(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회사채 만기 전 미리 자금을 넣어두고, 이를 이행한다는 내용과 2019년 이후 대우조선을 다시 정밀 실사해 현금 흐름이 개선된다면 회사채 조기 상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전날 이 회장은 강 본부장을 만나 국민연금이 자율 구조조정안대로 대우조선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해주면 나머지 만기 연장분을 전액 상환하도록 하고, 이를 약속하는 문서 작성을 하겠다고 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출금이 제한되는 계좌로, 회사채를 상환할 자금을 대우조선이 다른 곳에 쓰지 못하도록 떼어 놓겠다는 일종의 '상환 보장 장치'다.
확약서는 일종의 각서로 국민연금이 요구했던 서면 보증보다 법적 강제성은 약하지만, 국책은행이 문서로 남기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다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가입자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최소화할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오는 17∼18일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50%를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 재조정을 마무리한 뒤 신규 자금 2조9천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P플랜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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