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간 감정 싸움 양상…단일화 평행선 달려
양 당 내부서 기류 변화…한국당 '돈 걱정', 바른정당 '사퇴론'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의 '보수 후보 단일화'가 1차 데드라인으로 꼽히던 대선후보 등록일을 넘겼다.
두 명 모두 후보 등록 첫날인 15일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하면서 어느 한쪽이 후보 등록을 포기해 자연스럽게 보수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폐기됐다.
양측 모두 후보선출 전 단일화 의지를 피력해왔으나 선출 후에는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13일 열린 첫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가시 돋친 설전을 이어갔다.
홍 후보는 유 후보를 '강남좌파'라고 몰아세웠고, 유 후보는 홍 후보가 '극우·수구'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홍 후보는 유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세 번 배신했다며 그에게 덧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건드렸다.
이에 유 후보도 "홍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돼도 재판을 받으러 다녀야 하는 형사 피고인"이라며 반박했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과 유 후보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하며 유 후보의 사퇴는 물론 바른정당 전체의 복당을 요구하고 있으나, 유 후보는 대선 완주 의사를 굳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수 후보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부에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한국당의 고민은 현실적이다. 대선을 치르기 위해 250억원의 거액을 담보 대출받았지만, 홍 후보의 지지율이 10% 밑에서 정체하고 있어 '파산' 우려가 제기된다.
대선에서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제한액(1인당 509억원) 안에서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10∼15%를 득표하면 절반을 각각 돌려받을 수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아직 10%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는 '돈 걱정'으로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당시 의총에선 만약 선거비용 보전을 받지 못할 경우 소속 의원들이 사비를 갹출해 돈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바른정당 내부에선 유 후보의 지지율이 3%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선 대선완주가 의미가 없다며 후보 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승산 없는 싸움에 힘을 낭비하느니 이번 대선을 포기하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또는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주장해오던 비(非)유승민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사퇴론'은 공론화 직전 단계까지 와 있는 상태다.
비유승민계는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유승민 후보가 가시적인 지지율 반등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다른 세력과의 연대나 후보 사퇴 등 '플랜B'를 가동 여부를 두고 유승민계와 비유승민계가 대충돌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당 내부 사정으로 연대 혹은 후보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극적인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한국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의 단일화 회동을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용지 인쇄일 하루 전인 29일을 2차 단일화 시한으로 보고 있다.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이 모두 인쇄되면 어느 한쪽이 사퇴하거나 단일화하더라도 효과가 반감하기 때문이다.
또 2차 시한이 임박해 단일화할 경우 19일 선상(船上)투표, 23일 재외투표, 26일 거소(居所)투표에서 대규모 사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단일화를 하려면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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